<사설>‘盧-金 회담록’폐기 의혹 규명도 화급한 현안이다

2007년 10월3일 ‘노무현-김정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이어 17일에는 그런 내용이 포함된 회담록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됐다는 또다른 의혹까지 덧붙여졌다. 제1의혹이 노 정권의 헌법·영토 수호의지를 의심케 한다면 제2의혹은 대통령기록물법 등 실정법 위반에 해당될 수도 있다. 하나같이 국기(國基)를 뒤흔들 사안들이다.

특히 이러한 의혹들이 단순히 과거 문제가 아니라 미래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사실은 사안의 심각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도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노 전 대통령 대북정책의 계승을 내세우고, 문 후보 진영에는 노 정권의 대북정책 책임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노-김 회담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 책임은 물론 법률적 책임까지 져야 할 수도 있다.

노-김 대화록의 작성·보관·폐기 등과 관련된 총체적 진상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최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쏟아진 증언들을 종합하면 회담에 배석했던 조명균 당시 외교안보정책조정비서관이 디지털녹음기로 녹음을 했으며, 그것을 토대로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 등 회담 참석자들의 메모까지 취합해 녹취 형태의 대화록을 만들었다고 한다. A4용지 100쪽 분량인 문건의 원본은 녹음 파일과 함께 국정원에 보관돼 있으며, 사본은 청와대에 건네졌지만 폐기됨으로써 청와대는 물론 대통령기록관에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대화록인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e―지원(청와대 온라인 업무관리 시스템)으로 보고되고 결재됐기 때문에 그 부분만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국가기록원에 넘겼다”며 이런 의혹제기를 일축하고 있다.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둔 국민의 입장에서는 차기 집권세력이 될 수도 있는 문 후보와 민주당의 정체성(正體性)을 제대로 알 권리와 의무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 내용은 물론 회담록 등 각종 자료의 폐기 여부에 대한 진실이 화급하게 규명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