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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10월 19일(金)
경제 大家 이론에서 ‘生存기술’ 터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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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 / 한순구 지음 / 교보문고

경제교육은 이제 사람들이 ‘합리적 경제활동’을 하도록 돕는 역할의 차원을 넘어섰다. 경제는 이제 모든 것에 스며들어 사안을 판단하거나 정책결정과 사회의 작동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자본주의가 고도화하면서 ‘경제’가 거의 모든 것의 가치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중심이 돼가고 있다는 얘기다. 저자의 말대로 ‘경제학을 모르는 것은 문맹으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 셈이다. 정치적 쟁점이 맹렬하게 발화하고 있지만,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이자 화두도 역시 경제다. 일자리 문제나 부자증세 문제가 그렇고, 정치권에 진작 던져진 ‘경제민주화’란 화두도 그렇다.

이 책은 우리사회 각 분야의 문제를 경제학적 접근을 통해 흥미진진하고도 알기 쉽게 풀어보여준다. 우리사회의 갖가지 현상의 원인과 정부 정책의 성패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를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석학들의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이론적인 근거와 문제점 등을 짚어내는 식이다. 한국 사회에서 논쟁 중인 질문을 던져놓고는 경제학자의 경제원리를 대입해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노벨경제학상 수상 학자로부터 흥미진진한 대중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왜 사람들은 국민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까’ ‘왜 나이들수록 가난해지는 걸까’ ‘왜 사람들은 변화를 외치면서도 두려워하는 것일까’…. 이런 스물한 개의 질문을 던진 뒤 그 질문에 해답을 제시할 만한 경제원리를 주창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이력을 간략하게 소개한 뒤 그들이 주창한 경제원리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복잡한 경제원리나 이론은 간명해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질놀이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란 질문에 답하는 대목을 보자. 저자는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올리버 윌리엄슨 교수의 핵심이론인 ‘거래비용 이론’을 소개하면서 ‘여자친구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다 해주는 남자’를 예로 들어서 설명한다. 좋아하는 여자친구 딱 한 사람에게만 너무 많이 투자한 남자를 놓고 ‘특정관계의 투자’란 경제학적 개념을 대입하고 이런 특정관계 투자에만 몰두한 나머지 상대에게 인질이나 볼모로 잡혀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되는 ‘홀드업 문제’를 설명해준다. 이를 통해 단일 거래가 유발시키는 홀드업의 문제를 통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인질로 잡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더 많은 지지층을 가진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는’이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으로 197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에로 교수가 주창한 ‘불가능성 정리’를 보여주는 대목도 흥미롭다. 미국의 수학자 케네스 메이는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가진 후보가 당선되는 단순다수결 제도가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으나 에로 교수는 이는 2명의 후보가 출마했을 경우에만 해당할 뿐 3명 이상의 후보가 나설 경우, 어떤 투표방법으로도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특히 박빙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3명의 후보가 출마한 상황에서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게 공정해 보이지만, 후보자 간에 겹치는 지지층 등의 문제와 출마포기 혹은 단일화의 변수 등을 고려한다면 그게 유권자들이 원하는 결과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딱딱한 경제이론을 가벼운 에세이처럼 다뤄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예화는 풍성하고 비유는 흥미롭고 문장은 경쾌하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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