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밝히더니 ‘대선토론회’는 왜 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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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등 ‘빅3’ 후보들이 ‘양자토론’ ‘3자토론’ 등 토론 형식을 가지고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정책을 검증하는 형식의 TV토론에는 쉽게 응하지 않아 국민의 검증 기회를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앞서 TV 예능프로그램에 앞다퉈 출연하던 모습과 대비된다.

후보 확정 이후 제대로 된 TV토론이 열린 적이 없는 가운데 각 후보 측은 후보자 간 상호 토론만을 주장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양자 토론에 임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며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공동 정책 마련을 위한 양자회담을 하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안 후보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만들기 위해 3자 TV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각 후보 측의 주장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어떤 것도 성사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공식 후보 등록 전인 현재 후보들이 할 수 있는 TV토론은 방송사 및 관련단체의 후보 초청 토론회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선거에서도 공식 후보 등록 전에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토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후보자 1인을 초청해 패널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1997년에는 7월 말부터 방송협회·신문협회 공동 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려 10월 말까지 방송사별로 토론회 개최가 이어졌다. 2002년 대선에도 9월 말부터 지상파 방송 3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주요 후보를 초청해 TV토론이 열렸다. 11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일반 국민을 패널로 하는 TV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현 야권의 후보가 늦게 선출된 2007년 대선에서도 10월 초부터는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시작됐었다.

후보 초청 토론회의 장점은 후보의 정책 발표나 현장 방문 시 단편적으로 제시되는 후보의 정치적·정책적 견해가 자세히 언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등도 시간이 제한돼 있어 질문 수가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패널의 날카로운 질문을 받아야 하는 후보 초청 토론은 후보 검증의 가장 중요한 장으로 인정되고 있다. 후보 입장에서는 준비돼 있지 않은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자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재 빅3 후보는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나온 적은 없지만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는 모두 출연한 적이 있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예능 프로그램 같은 데서는 자신의 일상 등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지만, 후보 초청 토론회는 분위기가 훨씬 무겁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없다”며 “후보의 정책 검증을 위해서는 TV토론 형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 방송 3사는 대선을 약 2개월 앞둔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토론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KBS 선거관리기획단 측은 언론사 초청 토론회가 새누리당의 난색으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도 각 캠프의 내부적인 상황으로 인해 합동 토론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