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부터 ‘기적의 삶’… 롬니의 모든 것

롬니 이야기 / 마이클 크래니시·스코트 헬먼 지음, 이원·LDS비즈니스클럽 옮김 / 바운티플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 국민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이 갖고 있는 위상만큼이나 세계의 눈이 집중된다. 선거를 10여 일 앞둔 가운데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밋 롬니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4년 전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 됐지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롬니는 여전히 생소하다. 롬니에 대해선 사모펀드를 운영해 엄청난 거부가 됐고, 주류 기독교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는 모르몬교(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신자라는 정도만 주로 소개됐다.

이 책 ‘롬니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롬니의 삶과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평전이다. 미국 유력지 ‘보스턴 글로브’ 탐사 전문 기자들인 마이클 크래니시와 스코트 헬먼이 5년여 동안 꼼꼼하게 취재해 내놓았다. 저자들은 롬니가 태어난 1947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 그의 고조부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1841년부터 그의 가계를 더듬는다. 각종 기록뿐만 아니라 관련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현해낸 장면들은 롬니의 삶을 입체적으로 살피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에 따르면 롬니의 어머니는 태어날 때부터 롬니를 ‘기적의 아이’라고 불렀다. 아기를 낳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출산했기 때문이다. 기적의 인생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프랑스 선교사 시절, 차량 충돌사고로 의사의 사망진단을 받았지만 살아난 것이다.

책은 또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한 뒤 평범한 중·고교 학창시절과는 달리 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MBA와 법학 박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한 일, BCG(보스턴 컨설팅 그룹) 컨설턴트에서 사모펀드 투자사 경영자로 스카우트돼 일약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일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아울러 적자투성이였던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긴급투수로 투입돼 흑자로 성공시킨 이야기 등도 담았다.

책에 따르면 롬니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는 무척 편안해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러지 못했다.

낯선 사람들과 있을 때 불편해하는 롬니의 이런 성향은 훗날 선거운동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저자들이 그려낸 롬니의 발자취를 따르다 보면 지난 수십년간 미국 사회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1960년대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을 포함한 대학 캠퍼스의 저항문화,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이후의 정치 메커니즘, 사모펀드로 대변되는 금융계의 내부 모습들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롬니의 ‘모든 것’을 다룬 이 책은 대선을 보다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