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문명과 재앙의 원천 ‘불’

호모 이그니스, 불을 찾아서 / 오쓰카 노부카즈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불을 이해해 왔으며, 불이 인류문화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 신화·역사·예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불을 뜻하는 라틴어 ‘이그니스(Ignis)’를 활용해 만든 단어인 ‘호모 이그니스’는 인류가 불과 함께 진화해 왔고, 불이 인류문화의 원천이 됐음을 상징한다.

원시인들이 불의 사용법을 발견한 이래 불은 문명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근대 문명의 시발점이 된 산업혁명도 불을 이용해 힘을 얻는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불을 이용하려는 현대인의 끝없는 욕심은 결국 원자로라는 괴물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원자로는 막대한 에너지를 인류에게 가져다준 반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福島)에서처럼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끔찍한 재앙을 몰고 오기도 했다.

책은, 인류가 남긴 유산 곳곳에 새겨진 불의 흔적을 세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불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반면, 잠시라도 방심하면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는 두려움의 존재이기도 하다”면서 “이 책을 통해 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