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음악 대명사’ 바에즈의 파란만장한 삶

존 바에즈 자서전 / 존 바에즈 지음·이운경 옮김 / 삼천리

포크 싱어 존 바에즈는 통기타 하나로 팍팍한 삶에 지치고, 뿌리없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존재에의 용기’를 불어넣었다.

가을 하늘처럼 청아한 음색, 소프라노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음역을 넘나드는 화사한 음정, 힘찬 비브라토가 합쳐진 바에즈의 노래는 포크 음악을 최상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과거 뱅가드 레코드사에서 나온 LP앨범을 보면 가무잡잡한 피부에 반짝이는 눈빛이 인상적인 바에즈의 특별한 미모가 ‘아우라(靈氣)’를 발산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누가 옆에서 볼세라 몰래 앨범 재킷을 들여다보면서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바에즈에 대한 ‘짝사랑’에 빠진 한국청년도 많았다.

바에즈가 71세의 노년을 맞이했어도 이 같은 이미지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음악평론가인 앤서니 드커티스가 얘기하듯 바에즈는 포크음악과 정치운동으로 대중을 열광시키고 도발시킨 새로운 종류의 섹스 심벌이었다. 평생 콘서트에 한 번도 안 가본 중년의 직장인은 이같이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만약 바에즈가 서울에서 콘서트를 한다면 가장 먼저 달려가 제일 비싼 티켓을 살 것이다.”

책은 1960년대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며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워싱턴대행진에서 노래한 영웅, 1969년에 열렸던 지구역사상 최고의 공연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전설이었던 바에즈의 자서전이다.

바에즈는 밥 딜런과 함께 포크 정신과 희망의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파했다. 1960년대 초 바에즈는 ‘저즈 포크 시티’에서 밥 딜런을 처음 만났고, 두 사람은 포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서 연인관계가 돼 전미 투어콘서트를 함께했다. 1960년대를 관통한 포크정신은 기존 체제에 대한 비판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다.

“나는 음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음악에서 그렇듯 전쟁터에서도 생명의 편을 들지 않는다면 그 모든 소리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소용없죠.”(앤서니 드커티스와의 인터뷰 중에서)

존 바에즈의 이 같은 발언에서 볼 수 있듯 시대와 아픔을 나누는 음악이야말로 바에즈의 노래가 영혼을 뒤흔든 이유 중 하나였다. 여덟 장의 골드 음반을 기록했고, 그래미상 후보에도 여섯 차례나 선정됐다. 바에즈는 마침내 2007년 그래미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미국 두 개 주는 ‘존 바에즈의 날’을 지정하기도 했다.

국제인권기구 후마니타스인터내셔널의 설립자이기도 한 바에즈는 1941년 뉴욕에서 태어나 1959년 뉴포트포크뮤직 페스티벌에서 본격 데뷔했다.

그는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흑인 공민권 확대를 요구하며 비폭력 시위와 거리 행진을 벌였다. 그는 1963년 3월 킹 목사와 함께 인종차별 철폐와 흑인들의 공민권 확대를 요구하며 워싱턴 거리 행진에 참여했다. 25만 명의 군중 앞에서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를 부른 장면은 1960년대 인권운동사의 빛나는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 뒤로도 수십 년간 바에즈는 사회적 소수자로 대표되는 사람들 편에서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바에즈는 1968년 언니 폴린, 동생 미미와 함께 베트남전 징집반대 포스터를 위해 포즈를 취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여자애들은 ‘노(No)’라고 외치는 남자들에게 ‘예스(Yes)’라고 말한다.” 이런 태도는 여성해방운동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성차별주의라는 혐의를 받게 된다. 이 같은 혐의는 나중에 벗겨졌지만 바에즈가 여성운동가들과 사이가 멀어지는 계기가 됐다.

그는 자신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인권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1970년대초 ‘아들아, 넌 지금 어디 있니?(Where Are You, My Son?)’를 발표해 미국 전역에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알렸다. 독재자 프랑코의 지배 아래 있는 스페인을 방문, 텔레비전 생방송 중 40여년간 금지곡이었던 ‘노 노스 모베란’을 부른 것은 유명한 일화다. 모스크바 반체제 인사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와 폴란드 최초의 연대자유노조 의장인 레흐 바웬사를 위해서도 노래했다.

“당신은 언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없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 당장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뿐이다”라는 바에즈의 말은 그가 평생 추구해온 ‘평화와 인권운동’의 철학적 토대였다.

바에즈는 책에서 거친 들판의 예언자와도 같았던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