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우리가 몰랐던 일상 속 한국 사회의 숨은 검열

잠시 검열이 있겠습니다 / 한만수 지음 / 개마고원

이 책은 대한민국을 명실상부 ‘검열국가’로 정의내리는 데서 출발한다. 지난 1948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의 부당성부터 강풀의 웹툰 ‘26년’의 영화화가 계속 미뤄진 과정, 외국계 투자회사 맥쿼리코리아와 이명박 정부의 유착 의혹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맥코리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등급 결정을 제때 받지 못한 일 등을 서술하는 식이다.

저자는 “시대에 따라 검열주체가 정치가에서 자본가로 바뀌고, 물리적 제재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공포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감시와 금지를 무기로 한 외부검열과 이에 따른 ‘셀프검열’의 확산이라는 순환기제는 늘 대동소이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 사회의 검열을 일상으로 확대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감시와 금지 규범을 포함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광의의 검열로 해석하며 우리가 몰랐던 숨은 검열과 그 이면을 파헤친다. 저자에 따르면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비기독교인들에게 강요하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나 시청자가 드라마의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것 역시 숨어 있는 검열 행위다. 저자는 검열의 경각심을 열심히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제아무리 선한 정부라 할지라도 감시와 통제의 욕망은 권력의 본령이기 때문.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문구, ‘잠시 검열이 있겠습니다’의 ‘잠시’는 결국 ‘계속’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