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 선정땐 계약후 가격 인상해도 속수무책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전투기를 한국 차세대전투기(F-X) 3차 사업 대상 기종으로 선택할 경우 미국 정부의 FMS(대외군사판매) 거래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어 계약 이후 가격을 임의로 올릴 수 있는 ‘상한가 없는 개산(槪算)계약’, 계약 이행보증금 한국 정부 부담, 지체(보)상금 부과 불가능 등 굴욕적인 계약조건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29일 문화일보가 확보한 ‘현행 국외 무기체계 구매사업의 법적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라는 국방부 내부문서에 따르면 미 정부의 FMS 거래 방식으로 참여 중인 록히드마틴의 F-35 기종은 ‘확정계약’이 아닌 ‘상한가 없는 개산계약’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만약 F-35를 선택할 경우 록히드마틴에서 2차분 인도시기부터 전투기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도 한국 정부로서는 제재할 방법이 없도록 못박았다. 개산계약이란 비용 산출이 불가능한 연구·개발 중인 장비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계약 방식으로 단계별로 가격 재계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 상업구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F-15SE전투기의 보잉과 유로파이터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등 두 회사는 확정계약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이행보증금도 F-35의 경우 구매자인 한국 정부가 납부하도록 하고, 보잉과 EADS는 각각 업체에서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잉과 EADS는 이미 전체 사업 규모의 5% 정도에 달하는 5000억 원 상당의 이행보증금을 예치했으나 FMS 거래로 참가하고 있는 F-35는 이행보증금을 단 한푼도 예치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선금환급보증금도 F-35 기종에는 적용하지 않는가 하면 F-35와의 거래 역시 한국 법률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미 연방법에 준거해 진행하게 되며, 계약 이행에 있어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도 사법적 해결은 할 수 없도록 했다.

◆FMS(Foreign Military Sale·대외군사판매)= 미국 정부가 품질보증을 한 군사장비를 외국에 수출할 때 적용하는 제도. 미 정부가 대신 구입해 넘겨주면 동맹국은 추후에 해당 비용을 지급하는 판매 방식이다.

한강우 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