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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11월 02일(金)
머물러있는 남성 진화하는 여성… ‘大반전’ 시작됐다
美 15대 유망업종 12곳이 女超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남자의 종말 / 해나 로진 지음, 배현·김수안 옮김 / 민음인

‘남자의 종말’이라니. 제목부터 파격적이고 도발적이다.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역사상 처음으로 여러 면에서 여성이 남성을 능가하면서 20만 년 인류사의 종말이자 새로운 시작인 시대를 맞았다”고 진단한다. 지난 2009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력의 균형추가 여성 쪽으로 기울었고, 영국 등 몇몇 국가들은 이듬해에 티핑포인트(어떤 상품이나 아이디어가 마치 전염되는 것처럼 폭발적으로 번지는 순간)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한 세계 전역의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여성이 우위에 섰다. 미국에서는 올해 남학생 두 명이 학사 학위를 받는다면 여학생은 세 명이 학사 학위를 받는다. 학업 성적도 남학생들보다 좋다. 대학 졸업장이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면허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아울러 미국에서 가장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열다섯 개 업종 중에서, 열두 개 업종을 주로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책은 미국은 물론이고 동서양의 많은 사례를 거시적 수치 자료와 함께 제시하며 ‘남자의 종말’을 얘기한다. 중국 혁명의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여성이 하늘의 절반(女人半邊天)”이라는 유명한 말로 남녀평등사상을 주창했다. 그 덕분일까. 현재 중국에서는 여자들이 민간 기업의 40%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빨간색 페라리가 여성 창업자들의 신분을 드러내는 새로운 상징이 됐다. 또 2009년 아이슬란드 국민은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를 총리로 선출함으로써, 스스로 레즈비언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정치인을 세계 최초로 국가 수장으로 뽑은 국민이 됐다. 시귀르다르도티르는 선거 기간 중에 아이슬란드의 은행 시스템을 파괴한 주범이 남성 엘리트들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남성호르몬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고까지 주장했다.

저자가 말하는 ‘남자의 종말’이란 남성성이 지배하던 우월적 위치를 여성성이 대신한다는 의미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저자가 오늘날 세계 경제의 특성과 연관지어 ‘남자의 종말’을 말하고 있는 점이다. “예전에는 여자가 주도권을 빼앗기는 이유가 몸집과 체력 때문이었지만, 후기 산업사회는 완력에 무관심하다. 서비스 및 정보가 중심인 경제체제는 정확히 이와 반대되는 능력, 즉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능력에 보상을 준다. 사회 지능, 열린 의사소통, 침착히 앉아 집중할 수 있는 능력 등은 최소한 남자의 주된 능력이 아니다. 이런 특성들은 여자들이 더 잘 발휘한다.” ‘뻣뻣한 남자’보다 ‘유연한 여자’가 훨씬 적응을 잘할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분석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저자는 직장과 가정에서 남자들은 차츰 퇴출당하면서 여성이 결정의 주도권을 쥐는 새로운 ‘가모장제(家母長制)’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 혁명도 여성의 태도와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침실은 일터처럼 작동했다. 여자들은 실험을 하고, 새로운 역할을 맡고,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 사회가 부여한 온갖 자유를 누렸다. 문제는 성 혁명이 남성을 바꾸어놓는 데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성적 기호와 욕망이 1960년대 초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여러 세기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가부장제를 구축해 온’ 한국 사회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 책의 집필을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해 인터뷰하고 취재한 내용을 총 8장으로 구성된 책의 한 장을 할애해 소화했다. 아시아 토론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대생들의 모습은 물론이고, 킹콩걸, 건어물녀, 골드미스 등 싱글 여성들을 가리키는 새로운 용어의 등장은 한국 사회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그러나 한국의 아내들에게 지워진 가사 부담이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직장 일까지 해야 하는 한국의 워킹맘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는다.

책을 읽어내려 가다 보면 뻣뻣한 남자의 자리를 유연한 여자가 차지하고, 가부장제에서 가모장제로 가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남성의 몰락과 쇠퇴의 현상을 다각도로 진단한 이 책은 “여성이 하늘의 절반”인 세상에서 진정한 성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게 한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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