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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11월 02일(金)
춘천·안동… 아홉개 도시서 만난 ‘골목길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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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시의 골목길을 걷다 / 한필원 지음 / 휴머니스트

지방 소도시의 꼬불꼬불한 골목길에서는 이웃들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사람과 건물이 어우러져 독특한 정감을 자아낸다. 많은 골목길이 과거 추억을 떠올리는 테마 탐방코스로 바뀌고 있다. 골목길의 정취가 지금도 살아 숨쉬는 곳이 오래된 지방 소도시다. 이 같은 공간을 읽는 저자의 독법이 독특하다. 문화유적이나 랜드마크(상징적 건물) 등 개별 건물에 대한 현상적 분석에 머물지 않았다. 도시 전체를 가시권으로 놓고 꼼꼼하게 관찰했다.

건축인문학자인 저자는 가로와 건물 높이 등 도시 공간이 인간적인 척도를 가져야 휴머니즘이 숨쉬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략 옛 시가지의 주축인 동서로를 걷는 데 15분 정도가 걸리고,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시가지 어디에도 도달하는 작은 도시여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 높이로 따질 때 떨어져도 죽지 않을 정도면 인간적인 척도라고 했다. 저자는 7년간 오래된 지방도시 9곳을 찾아 골목을 순례하면서 발견하고 느낀 것을 책에 담았다.

어느 도시에서나 만날 수 있는 막다른 골목길을 우리나라 도시 공간의 특징으로 살펴본 점이 두드러진다. 이 같은 공간은 활용 측면에서는 마이너스이지만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불규칙한 면의 구성 덕분에 도시를 더욱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공간으로 만들어 나간다. 아늑하고 내밀한 습성을 간직하고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저자는 현장을 돌면서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밀양, 통영, 안동, 춘천, 안성, 강경, 충주, 전주, 나주 등 9개 지방도시 전체를 조망했다.

그는 “통영은 오감을 자극하는 도시다. 우리가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모든 감각을 동원해 만나고 싶은 도시도 드물다”며 “세병관(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사였던 통제영의 객사) 마룻바닥에 앉아 부드럽고 따스한 나무의 촉각을 느끼고, 부둣가로 가서 맛있는 해산물을 맛볼 수도 있다”고 썼다. 충주에 대해서는 도심과 탄금대 등으로 대표되는 예(藝)의 앞바퀴와 충렬사 등에서 시작되는 무(武)의 뒷바퀴 등 2개의 문화바퀴가 앞으로의 도시 문화를 움직여 갈 것이라고 봤다.

안성을 답사한 뒤의 관찰이 재미있다. 책은 “건물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댈 때 비록 그 하나하나의 소리는 다 작다고 해도 도시의 분위기는 여지없이 어수선해진다”며 안성은 어수선하지 않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특징을 잡아냈다. 밀양에 대해서는 곡선의 강과 직선의 중앙로가 교차하는 도시라고 해석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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