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년 생존한 생물을 통해 본 ‘태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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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들을 향한 탐험 / 피오트르 나스크레츠키 지음, 지여울 옮김 / 글항아리

위대한 생존자들 /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까치

수억년의 시간을 건너와 살아남은 고생물들과 그 생명을 통해 해독하는 진화의 비밀들. 비교적 흔치 않은 주제 임에도 공교롭게 비슷한 내용을 담은 두 권의 책이 똑같은 날 인쇄되거나 발행됐다.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들을 향한 탐험’은 사진작가이자 곤충학자인 하버드대 선임연구원이 지난 지질시대에서도 살아남았던 이른바 ‘유물 생물’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진집 형식의 책. ‘위대한 생존자들’은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선임연구원의 안내로, 역시 멸종되지 않은 생명체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이 두 책의 저자가 독자들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은 ‘태초의 시간’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숨겨진 땅을 찾아가 수억년 동안 삶을 이어온 생명체들을 탐사하고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와 진화의 과정, 그리고 이들이 번성하던 시절의 지구 모습을 그려 보여준다. 지구 역사에 등장했던 무수한 종 가운데 90% 이상이 멸종하는 와중에서 온갖 위협을 견디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명들. 그건 그대로 진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산증인이자, 시간 너머로 사라진 고생대와 중생대의 환경조건을 보존하고 있는 타임캡슐에 다름 아니다.

먼저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들을 향한 탐험’부터 들춰보자. 크기를 키운 변형 판형에 올컬러 인쇄. 책에는 호기심과 경탄을 불러오는, 잘 찍어낸 생명체의 사진들로 가득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알려지지 않은’ 유물 생물을 향해 마이크로 렌즈를 들이대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생생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열대우림의 깊은 숲속에서, 혹은 광활한 평원의 발 밑에서 소수의 연구자에게만 목격될 수 있었던 경이롭고 생생한 장면을 빼어난 사진 솜씨로 독자들에게 책장 가득 펼쳐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찍어낼 수 있었을까’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변은 아마도 ‘인내심’일 것이고, 그 기저에는 이들 생명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바탕이 됐을 게 틀림없다. 사진 위주로 편집이 돼 있긴 하지만, 거기에 딸린 여행기나 사진설명의 형식을 빌린 글도 흥미롭다. 생물을 분류하는 낯선 용어와 고생대 지층기의 복잡다단한 분류법 등이 난무하게 되면 자칫 딱딱한 글이 되기 십상이었겠지만, 저자는 여행기 형식을 통해 독자의 눈높이에서 복잡한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두번째 책 ‘위대한 생존자들’도 여정을 통해 고생물의 생태와 습성, 진화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사진을 앞세우지 않았을 뿐 앞의 책과 비슷한 형식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이 고생물의 생태와 습성 등을 한층 더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 투구게부터 식물과 어류, 파충류, 포유동물의 대표 유물 생물을 두루 망라해 다루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만난 1㎝ 크기의 무척추동물인 발톱벌레부터 마요르카섬에서 마주친 들소, 사향소 등 거대 동물의 생존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두 책의 저자가 보여주는 결론은 같다.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위해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 다른 종을 희생시키면서 번성하는 유일한 종인 인간들에 대한 경고다. 믿기 어렵지만 저자에 따르면 1년 동안 우리가 영원히 잃어버리는 생물종은 무려 2만6000종에 이른다. 그중 태반이 아직 과학자들에게 발견되지 않아 채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것들이다. 이들은 공룡을 이기고 살아남았던 앵무조개가 관광기념품 사업 때문에 생존을 위협당하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