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美보다 소득 재분배가 잘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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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정치학 / 알베르토 알레시나·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전용범 옮김 / 생각의힘

왜 미국은 복지국가로서 유럽보다 훨씬 부실한 걸까? 미국에서 유럽보다 부자로부터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득 재분배가 덜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무언가? 복지국가로서 미국이 유럽만큼 발달하지 못한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책은 출발한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석좌교수인 저자들은 각기 이탈리아와 미국 출신의 경제학자. 이 책에서 복지제도, 소득 재분배 면에서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살펴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슷한 문화적 종교적 뿌리를 갖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소득 재분배에선 왜 이렇게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인지 그 해답을 찾아 역사, 정치, 사회학부터 심리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연구 검토한 저자는 미국이 복지국가로서 유럽만큼 발달하지 못한 이유를 정치제도와 인종적 이질성의 두 요인을 들어 설명한다.

정치제도와 관련해 다수표를 획득한 지도자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다수대표제에선 소득 재분배 수준이 낮다는 점이 지적됐다.

확실한 다수대표제의 나라인 미국에선 다수표를 획득하기 위해 정치가들이 평균 투표자에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비주류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는 것. 반면 유럽처럼 비례대표제의 나라에선 가난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소수집단도 권력을 가질 수 있어 소득 재분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인종이 동질할수록 가난한 계층으로의 소득 분배가 원활한 반면, 이질적인 사회에선 소득 재분배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드러난다. 같은 인종일 경우 가난한 이웃에 대한 소득 재분배의 증대를 지지하는 반면, 다인종일 경우 소득 재분배의 감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비중이 높은 주일수록 가난한 사람들에게 덜 관대한 경향이 있다는 것.

이 책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도 소득 재분배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근면하면 성공한다고 믿는 미국인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여겨 우호적이 아닌 반면, 운이 없어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유럽에선 불운한 사람에 대한 도움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