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여전히 남아있는 ‘식민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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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시선, 조선미술전람회 / 안현정 지음 / 이학사

식민지 조선이라는 말이 어색할 만큼 오늘날 일제강점기는 우리와 관계 없는 과거쯤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저자는 일제강점기 당시 형성됐던 시각 구조만큼은 현재에도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근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일제 치하의 조선에 ‘식민지 규율 권력’이라는 시각이 팽배했고 이것이 완전히 청산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 논하는 ‘근대의 시선’은 인간의 보는 행위가 사회, 역사적인 구조에 의해 형성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전제는, 당시 시각 매체를 ‘보는 방식’이 식민지라는 조건 속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타율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식민지 조선에 있어 근대의 시선은 개인의 성찰성보다 천황제적 요소가 가미된 일본 제국주의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 총독부 주도의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1929년 ‘조선박람회’ 등 전시회와 ‘조선총독부박물관’ 등은 조선의 전통 미술을 봉건시대의 유물로 치부하는 통로였으며 식민지성을 내재하는 공간이었다.

저자는 규율 권력에 의한 시각적 지배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고 말한다. 해방 공간의 최대 과제였던 ‘민족미술 건설’은 대다수의 미술가가 부일 협력과 연관돼 있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타율적인 시선의 연결 고리는 그런 식으로 유지됐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