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9시즌 뛰어야 ‘자격’…올 공시된 11명, 대박-쪽박 갈림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1년 롯데에서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로 이적하며 110억 원의 ‘FA 대박’을 터뜨린 이대호. 작은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올해 FA 자격을 얻은 김주찬·홍성흔·유동훈, ‘4년간 60억 원’ 역대 FA 계약 1위 심정수, 2011년 ‘FA 미아’ 설움 딛고 부활한 최영필. 문화일보 자료사진

9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한 11명의 선수를 공시하며 2012년 FA시장이 문을 열었다. FA는 프로야구 선수들의 꿈이자 희망으로 거액의 계약을 성공하는 선수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게 된다. 반면 계약을 하지 못하는 선수는 ‘FA 미아’가 돼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나기도 한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1라운드’를 평가받는 FA시장. FA의 역사부터 보상 규정, 역대 최고의 ‘대박계약’까지 FA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1. FA의 시작은

FA는 100년이 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됐다. 메이저리그의 FA제도는 선수노조의 투쟁과 함께했다. 1974년 앤디 매시스미스와 데이브 맥넬리라는 두 투수가 구단과 재계약을 거부하고 FA 신분을 요구했다. 2년간의 법정소송 끝에 1976년 연방법원은 엔트리 등록일수 172일을 채운 6년차 선수들에게 FA 자격을 부여한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FA제도가 처음 시행됐다. FA제도의 도입으로 구단들은 선수들의 연봉 급등을 막기 위해 다년 계약 제도를 도입했고 1977년 전체 메이저리그 선수 중 281명이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제도가 체계화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76년 메이저리그 대투수 놀란 라이언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00만 달러 연봉을 받고 휴스턴 애스트로와 계약, 최초의 100만 달러 연봉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FA제도가 처음 도입돼 이강철, 김동수, 송진우 등이 첫 FA가 됐다.

2. 2012년 FA 최대어는

올해 FA시장의 최대어는 롯데 김주찬이다. 외야 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구단이 많아 공·수·주를 모두 갖춘 우타 외야수인 김주찬의 몸값은 날이 갈수록 뛰고 있다. 올해까지 김주찬은 7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와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며 빼어난 활약을 보였다. 통산 도루는 306개로 역대 8위 기록에 해당한다. FA에 공시된 선수 중 2012년 연봉 1위(5억5000만 원)인 ‘국민 우익수’ LG 이진영도 전구단의 관심을 고루 받고 있다. 두 선수 외에 정현욱(삼성), 이호준(SK), 홍성흔(롯데), 유동훈 이현곤 김원섭(이상 KIA), 정성훈(LG), 이정훈(넥센), 마일영(한화) 등 총 11명의 선수가 FA를 신청했다.

3. 국내 FA 계약금 1위는

역대 한국 프로야구 FA 계약금액 1위는 ‘헤라클레스’ 심정수가 2004년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며 받은 4년간 60억 원이다. 당시 심정수는 계약금 20억 원에 연봉 7억5000만 원(4년 총액 30억 원), 플러스 옵션 10억 원의 대우를 받았다. 2002시즌 타율 0.321로 제몫을 한 심정수는 2003시즌 타율 0.335와 함께 출루율-장타율 1위를 차지했고, 홈런-타점 2위, 득점 3위 등 당대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다. 심정수의 가치는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팀에 우승컵을 안기며 치솟았다.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신 삼성은 우승을 위해 2004년 심정수를 영입하면서 사상 최대 금액을 쏟아붓게 됐다. 그러나 심정수는 계약 후 어깨, 무릎 등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부진해 지금까지 가장 실패한 FA 사례로 꼽히고 있다.

4. 단위가 다른 일본 진출

국내 무대를 평정한 선수들은 FA 자격을 얻어 보다 큰 시장인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기도 했다. FA제도 도입 후 가장 먼저 일본에 진출한 선수는 ‘국민타자’ 이승엽. 이승엽은 2003년 2년간 계약금 1억 엔에 연봉 2억 엔 등 총 5억 엔(당시 약 55억 원)을 받고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2006년에는 LG 외야수 이병규가 2년간 인센티브 포함, 총 3억 엔에 주니치와 계약을 맺었다. 2009년 한화는 간판타자 김태균과 이범호를 각각 지바 롯데와 소프트뱅크로 보냈다. 김태균은 3년간 계약금 1억 엔, 연봉 1억5000만 엔 등 총 5억5000만 엔(당시 약 76억6000만 원)에 계약을 맺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빅보이’ 이대호는 2011년 역대 최고 대우를 받으며 오릭스로 이적했다. 이대호는 2년간 계약금 2억 엔, 연봉 2억5000만 엔, 인센티브 3000만 엔 등 총액 7억6000만 엔(당시 약 110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5. 얼마나 뛰어야 자격 얻나

현행 규정상 한국 프로야구에서 타자는 매 시즌 정규리그 경기수의 ⅔이상 출전, 투수는 규정이닝의 ⅔이상을 던진 시즌이 9시즌에 도달하면 FA 자격을 얻는다. 이번 시즌에는 2000년 프로무대에 데뷔해 군복무기간 2년을 제외하고 9년간 1군무대에서 활약한 김주찬을 포함해 21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얻었고 이 중 11명이 FA 권리를 신청했다. 단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선수의 FA 자격 취득기간은 2011년부터 9년에서 8년으로 단축됐다. 바뀐 제도의 첫 수혜자는 LG 이택근과 두산 정재훈이었다. 2011 시즌이 끝난 뒤 이택근은 4년간 최대 5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넥센으로 이적했고, 정재훈은 원소속팀 두산과 계약기간 4년에 최대 28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6. 원소속팀에 대한 보상규정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해당 선수의 전 소속구단에 현금 또는 현금+선수로 보상해야 한다. 1999년 FA 첫 시행 때는 FA와 계약을 맺은 구단이 새로이 체결한 연봉의 200%를 전 소속구단에 보상하거나 25명 보호선수 외 1명과 새로이 체결한 연봉의 150%를 지불해야 했다. 이후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전년도 연봉의 450% 또는 보호선수 18명 외 1명+전년도 연봉의 300% 규정이 지켜졌다. 2011년 KBO는 FA 이적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상금액을 전년도 연봉의 300%로 낮추고 선수+현금으로 보상할 경우 보호선수 20명 외 1명+전년도 연봉의 200%로 규정을 고쳤다. 새 규정에 따라 지난해 조인성을 데려간 SK는 보상금액 10억 원과 우완투수 임정우를 내줬다.

7. FA의 그늘 ‘FA 미아’

2012년 6월 규정 개정 전까지 KBO가 정해 놓은 FA 일정에 따라 계약하지 못하는 선수는 다음 시즌에 선수등록을 할 수 없었다. 2010년 FA시장에 나온 한화의 최영필과 이도형은 우선협상기간에 한화와 합의를 보지 못했고 그 이후 어느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해 2011년 프로야구에서 뛰지 못했다. 이 중 최영필은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며 복귀를 노렸고, 올해 1월 한화가 원소속구단 보상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혀 SK와 연봉 7000만 원에 계약했다. 이도형은 계약 실패 후 현역에서 은퇴한 뒤 ‘FA 미아’ 방지를 위해 앞장섰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재판을 불사하며 싸운 이도형의 노력으로 KBO는 지난 6월 ‘마감시한까지 계약하지 못한 FA는 1년간 활동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없앴다

8. 메이저리그의 초대형 계약

현재 메이저리그는 투수 연간 70이닝 이상, 타자 300타석 이상, 등록일수 150일 이상의 6년차 선수들에게 FA 자격을 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FA 계약은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2000년 시즌 직후 텍사스와 맺은 10년간 2억5200만 달러(약 2750억 원)다. 로드리게스는 2007년 중반 양키스와 10년간 2억7500만 달러(약 3000억 원)로 계약을 경신했다. 지난해 앨버트 푸홀스가 LA 에인절스에 입단하면서 10년간 2억4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바 있고 디트로이트의 거포 프린스 필더도 같은 해 9년간 2억1400만 달러(약 2300억 원)짜리 계약을 성사시켰다.

9. 합리적인 일본의 제도

일본 프로야구의 FA 취득 기간은 한국 프로야구와 같은 9년이지만, 군복무 등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부상 없이 정상적인 시즌을 소화한다면 실질적으로 한국 프로야구 FA보다 취득기간이 덜 걸린다. FA를 영입하는 구단의 전 소속구단에 대한 보상은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FA 자격을 얻은 선수에 대해 연봉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긴다. 팀 내 일본인 선수 중 상위 3명을 A급, 4위부터 10명 이내를 B급, 그 외 선수를 C급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금전적 보상으로 A급 선수는 전년도 연봉의 80%, B급은 60%를 지급하면 된다. C급은 무상이다. A급 선수에 대한 영입 부담은 적지 않지만 B급, C급 선수의 경우 영입 구단의 부담을 줄여 ‘FA 미아’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 또 활발한 FA 이적을 통해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10. 우리나라의 개선 방향

우리나라 FA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수가 자유계약의 권리를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다. 현행 FA제도는 스타급 선수에게는 별다른 무리가 없지만 준척급 선수나 백업선수, 노장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들은 자유계약의 권리를 가졌다고 볼 수 없다. 각 구단은 FA를 영입하기 위해서 전 시즌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인 외 1명 혹은 전 시즌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 한다. 대어급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 이 정도는 기꺼이 감수할 수 있지만 준척급 혹은 백업, 노장선수들을 영입하기에는 너무 출혈이 크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FA 미아’라는 슬픈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미국, 일본과 같이 원소속구단 보상 규정이 강하지 않다면 최소한 야구선수가 그라운드를 떠나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그리고 선수의 활발한 이적을 위해 FA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