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여러 권 동시에 읽어라” 이석연의 노마드 독서법

책, 인생을 사로잡다 / 이석연 지음 / 까만양

어느 학생이 교수에게 다가가 “선생님, 지난주에 발매된 베스트셀러 책 읽어보셨어요?”라고 다급하게 묻는다. 교수가 “안 읽어봤다”고 하자, 학생은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린다. 교수가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그럼, 자네는 수백 년 전에 나온 단테의 ‘신곡’을 읽어봤느냐”고 되묻는다.

변호사와 시민운동가를 거쳐 법제처장을 지낸 저자 이석연 변호사는 지인들에게 ‘독서인’으로 통한다. 자신을 만든 건 8할이 독서였다고 자부할 만큼 독서광인 그는 독서방법에서도 그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그는 일단 ‘베스트셀러’를 경계한다. 그리고 율곡 이이가 주장했듯, 하나의 책을 완독하는 방식도 피하자는 주의다. 초원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처럼 책과 책 사이를 횡단하고, 때론 행간과 행간을 건너뛰는 ‘노마드(Nomad·유목민)’ 독서법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 변호사는 “병렬적으로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은 인식의 범위를 확산시키는 긍정적 기능을 한다”며 “많이 읽어 부산한 것이 아니라, 통찰의 힘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의 유연성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경험에서 이미 확인했다”고 했다. 책은 수험생의 숨겨진 필기 노트처럼 독서 방법론에 알짜배기 노하우를 가득 실었다. ‘사기’ ‘지조론’ ‘예언자’ 같은 젊은 시절 함께했던 자신만의 ‘책’들도 함께 소개된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