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暴’ 전문 상담교사 대부분 ‘非전문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채용된 학교폭력 전문상담사 중 상당수가 전문상담 자격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학생 폭력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전국 시·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경남지역 각급 학교에 전문상담사로 채용된 계약직 교사 313명 중 전문상담교사, 상담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공인 및 사설 상담자격증을 갖춘 교사는 70명(22.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나머지 243명(77.6%) 중 232명은 전문상담과는 거리가 먼 사회복지사나 일반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었으며 11명은 심리학과 등을 졸업한 단순 대졸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지역의 경우, 123명이 초·중·고교 계약직 전문상담사로 채용됐으나 이 중 66명(53.6%)만 각종 상담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전문상담사이며 나머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전문상담사 채용요건은 갖췄지만 전문상담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비전문상담사로 분류되고 있다. 비전문상담사 중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일반교사 자격증 취득자가 각각 26명과 15명에 달했다. 일부 학교는 가정복지사, 평생교육사 등을 전문상담사로 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 지역도 계약직 학교폭력 전문상담 교사 312명 중 사회복지사가 173명(55%)을 차지했으며 대구, 충북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교과부가 지난 4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업중단 등 학교 부적응 학생을 조기 진단·치유하기 위해 각급 학교에 상담사 채용을 확대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빚어졌다.

학교 측은 교과부 지침에 따라 상담교사 확보에 나섰으나 전문상담사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자 2∼3순위로 채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 등 전문상담 자질이 부족한 기간제 상담사를 대거 채용한 것이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교사자격증 등의 자격증 소지자가 전문상담 자질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전문상담사 자격증 소유자가 농어촌 학교에 지원하지 않아 농어촌 학교들이 어쩔 수 없이 채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조재규 의원은 “교육청이 상담교사의 학교폭력 근절대책으로 상담교사의 배치율을 높이는 것에만 급급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자질이 부족한 상담사 배치는 오히려 학생 관련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원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