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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11월 27일(火)
故김근태의 삶 소설로 나왔다
방현석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고 김근태(1947∼2011) 전 의원의 생애를 다룬 소설이 나왔다. 중견 소설가 방현석(51) 중앙대 교수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이야기 공작소)다. 소설은 고인의 어린 시절부터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는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김근태는 소설에 실명으로 등장하지만, 주변 인물이나 사건은 실제와 허구를 섞어 소설로 재구성했다. 소설 중간중간에 삽입된 인터뷰 형식의 증언들은 픽션에 사실감을 더한다.

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엔 고인의 개구쟁이 유년 시절과 학생운동이나 정치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학창 시절 모습, 대학생이 된 후 역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과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다. 소설은 대학병원의 한 병실에 누운 화자(話者)로부터 작가가 이야기를 옮겨 적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설 속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느낌이 있다. 체포되기 전에도 늘 그랬다. 이번에는 잡혀가겠구나, 하면 어김없이 그랬다. 스물여섯 번 중에 어느 한 번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나는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체포는 피하지 않은 것이고,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그러나 그 차이도 사실은 차이가 아니다.”

교장선생님 댁 막내인 꼬마 근태는 교사의 닭장에서 달걀을 훔쳐내 고구마과자를 사먹자는 꾀를 내어 누나와 함께 일을 저지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에게 들켜 누나가 자신을 대신해 잘못을 뒤집어쓰고, 벌을 서게 된다. 아버지는 달걀과 고구마과자를 바꿔준 털보 할아버지에게 찾아가 사과한다. 어린 근태는 자신의 잘못으로 누나가 벌을 서서 미안했지만, 털보 할아버지에게 사과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경기고등학교 3학년이 된 해의 4월, 학내 서클들은 박정희 정부가 추진하는 한일협정 반대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근태는 보상금을 받아서 사용하자는 생각이 왜 나쁜지 이해할 수 없다. 고등학생 근태의 모습은 학생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사회 부조리를 척결하고 경제성장을 이루는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한다. 경제학을 공부해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가난 때문에 무시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도 키운다.

이후 대학에 입학한 김근태의 삶은 바로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가 걸어간 길 그 자체였다. 고독했지만 당당했고, 슬프지만 찬란했던 역사의 길을 주인공은 뚜벅뚜벅 걸어간다. 작가는 “위엄을 가진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면서 “소설을 통해 우리 역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를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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