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IT 이단아’ 눈총… 이젠 ‘스마트 혁명 전도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폰3GS 1호 개통자인 허진석(당시 26세) 씨.

‘한국 스마트 혁명의 역사는 KT의 역사다!’

◆KT, 한국을 ‘정보기술(IT) 갈라파고스’에서 구하다 = 지난 2009년 6월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의 17%에 달했다. 영국(12%), 캐나다(12%), 독일(12%), 프랑스(11%) 등에서도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대비 스마트폰 보급률이 10%를 넘었다.

그러나 ‘IT 강국’이라고 자부하던 한국에서는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대비 스마트폰 사용자의 비율이 1%(55만 명)에 불과했다.

이는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던 국내 휴대전화 제조기업들이 혁신보다는 기존 사업의 성과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 게임사전심의제 등 불필요한 사전 규제도 한국 사회의 스마트 혁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KT가 2009년 11월 28일 애플의 ‘아이폰3GS’를 출시하면서 한꺼번에 무너졌다. ‘애플 쇼크’ ‘아이폰 열풍’이라는 말이 일상화할 만큼 아이폰은 한국 IT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일부에서 “오늘날 한국 IT가 일본처럼 ‘갈라파고스화(化)하지 않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KT의 아이폰3GS 도입이었다”고 말하는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남미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는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섬으로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독자적으로 진화한 종들이 외부의 종이 유입되자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를 맞이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갈라파고스화라는 말은 세계 시장의 추세와 동떨어진 채 자신만의 표준을 고집하다가 결국 고립을 자초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사용된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1위 등극에도 기여 = KT는 아이폰을 도입한 직후 국내 휴대전화 제조회사들과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했다. 국내 휴대전화 제조기업으로서는 경쟁사인 애플의 제품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KT가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휴대전화 제조기업들이 오늘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 계기가 아이폰의 국내 도입이었다는 분석도 많다.

이와 관련, KT경제경영연구소는 ‘노키아의 추락과 삼성전자의 부상’이라는 재미있는 분석을 내놨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황제’로 군림하던 노키아가 아이폰 출시 이후 5년여 만에 몰락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마트 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놓쳤기 때문이며, 올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업체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반대로 스마트 혁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차세대 성장동력, 모바일 비즈니스 성장에도 도움 = KT가 아이폰 도입으로 이끈 스마트 혁명은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한국 경제가 새로운 활력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모바일 비즈니스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 비즈니스의 경우 대기업보다는 벤처·중소기업이 개척할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대·중소기업 상생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관련, KT는 2009년 ‘중소기업의 자원이 낭비되지 않게 하기’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가로채지 않기’ ‘중소기업과 경쟁하지 않기’ 등 ‘3불(不) 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2011년에는 ‘품셈 방식에서 가치 기준 대가 산정 방식으로 전환’ ‘소프트웨어 개발 여건 지원’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등 ‘3행(行) 정책’을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유태열 KT 경제경영연구소장은 “KT의 아이폰 도입이 스마트 혁명을 촉발시킨 ‘마중물’이었다면 앞으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과거의 산업 혁명을 뛰어넘는 ‘제3차 산업혁명’이 촉발돼 고령화, 양극화, 일자리 부족, 에너지 고갈 등의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