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D-21>“글쎄유… 누가 나은지 더 알아봐야쥬”

“후보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 이제 이틀밖에 안 됐는데 뭐가 그리 급하대유. 누가 적합한지 좀 더 알아봐야쥬”(50대, 충남 예산군 자영업자 김철휘 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제18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앞뒷발 선착순’ 식으로 경쟁하듯 방문한 충청 지역. 분초를 다투듯 일정을 소화하면서 한 표를 호소하는 다급한 두 후보와 달리 27일 오전부터 28일 오전까지 만난 지역 주민들은 다소 느긋한 모습이었다. 좀처럼 드러내 보이지 않는 속내엔 “우리가 지지하면 대통령 된다. 역대 대통령은 우리가 만들어냈다”는 자존심도 엿볼 수 있었다.

박 후보는 27일 첫 일정을 대전역 광장 유세로 시작한 데 이어 28일 역시 충청에서 무려 7곳을 찾아 유세를 벌이는 등 충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에 질세라 문 후보도 마찬가지로 28일 대전역 집중유세를 포함해 이날 일정 8개 모두를 충청으로 잡았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대체로 “글쎄요”였다. 27일 부여 상설시장에서 만난 이성태(63) 씨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지역을 위해 뭘 해준다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는디…”라며 “두 후보 모두 사람 괜찮아 보이던디”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유세를 듣기 위해 시장을 찾은 한 40대 주부는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는 후보가 오늘 온다고 하니 신기해서 나와 봤다”며 “그렇다고 꼭 찍겠다는 건 아냐”라고 답했다.

역대 대선에서 특정 정당에 힘을 몰아주지 않으면서 ‘스윙 보터’ 역할을 했던 충청권 특유의 정서가 작용하는 모습이었다. 28일 대전에서 만난 김진현(47) 씨는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수도 이전을 약속했었고,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행정복합도시를 약속해 줘서 많은 표를 줬는데 이번엔 그런 굵직한 약속이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니까 충청의 지지를 제대로 못 받아 두 후보가 지지율이 40% 정도에서 그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은 자신들의 손으로 결정한다는 자신감마저 내비치는 모습이었다. 공주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아무리 지역 정당을 강조해도 남는 것이 없다”며 “선진당이 지역정당이긴 했지만 클 능력도 없고 중앙무대에 진출해 충청지역을 대변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 도민들이 전략적으로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알 수 없는 표심에 세대 간 차이까지 더해져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그나마 지지 의사를 밝힌 지역민들은 대체로 50·60세대와 20·30세대가 갈려져 박 후보와 문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예산 = 김동하·대전 = 정철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