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공화국’ 긴급진단>“경쟁소재 사용 못하게해” 고어사, 美·유럽서 피소

고어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우월한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아웃도어 제조사들이 경쟁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방해한 혐의를 받아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미국의 아웃도어 제조사인 컬럼비아스포츠웨어는 고어사가 소재의 시장 지배적인 위치를 남용하고 있다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에 고어사를 제소했다.

컬럼비아스포츠웨어 관계자는 “고어사가 낮은 가격에 더 혁신적이고 좋은 품질을 제공하는 경쟁사들에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작업을 했다”며 “고어텍스 제조 허가를 무기로 고어사는 아웃도어 제조사가 다른 회사의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어사는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고어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성공해 왔다”며 “유럽연합집행위의 질의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고어사는 미국시장에서도 같은 혐의로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사를 받고 있다. FTC는 지난해 3월 불공정거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한 조사의 일부로 고어사에 10년 동안의 거래내역을 담은 문서들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며 고어사는 4월,이 같은 논란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

고어사는 일관되게 자사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고어사의 거래행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컬럼비아스포츠웨어 관계자는 “다른 제조 브랜드들과 서신을 통해 의견을 나눈 결과 고어사는 고어텍스 제조 허가를 받은 공장에서 다른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조차 제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굴지의 산업용 소재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도 자체 소재인 이벤트(eVent)가 고어사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FTC를 향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고어사는 “전 세계에 수많은 방수·투습 소재들이 있고 이들 간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며 “고어사의 비즈니스 관행은 경쟁자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고 조사 결과에 대한 발표가 임박하면서 고어사의 시장 지배력 남용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