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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경제] ‘고어텍스 공화국’ 긴급진단 게재 일자 : 2012년 11월 29일(木)
고어텍스 싸게 판 업체에 ‘괘씸죄’ 계약 해지
<3>고압적 ‘고가 전략’ 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
▲  일러스트=이정학 기자 luis80@munhwa.com
국내 아웃도어 제조사 A사가 지난 3월 대형마트 B사에 고어텍스 재킷을 납품한 뒤에 ‘고어텍스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돼 그 배경을 둘러싸고 업계 안팎에 뒷말이 무성하다. 고어텍스 라이선스는 고어사 측이 발급하는 일종의 사업면허를 뜻한다. 해당 라이선스가 있어야 아웃도어 제조사는 고어텍스 원단을 공급받아 의류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 복수의 대형마트 아웃도어 담당자들은 “대형마트에 고어텍스 재킷을 납품하고 결과적으로 판매가를 떨어뜨려 고어사로부터 ‘괘씸죄’를 산 영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현재 고어텍스 아웃도어 재킷 등은 대부분 제조사 대리점과 백화점 등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고어사 측은 대형마트 진영이 제기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A사와의 계약관계는 양사가 충분한 시간과 과정을 거쳐 합의하에 종료된 것이고 할인마트 판매와는 무관하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29일 대형마트 및 아웃도어 업계에 따르면 A사는 지난 3월 B사를 통해 고어텍스 재킷 1만여 벌을 10만 원대 초반에 판매했다. 당시 고어텍스 재킷 시중 판매가가 보통 30만~40만 원 안팎을 형성한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할인 행사였다. 그만큼 반향도 컸다. 1주일 만에 행사 물량의 40%가 소진됐다. 하지만 그 이후로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재킷 판매행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된 상황이다. A사와 고어사 간의 라이선스 계약은 올해까지만 유지된다.

B사 아웃도어 담당자는 이에 대해 “당시 큰 폭의 할인행사로 인해 고어사로부터 심각한 클레임을 받았다는 A사 경영진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A사 경영진은 라이선스 유지에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A사 전직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고어텍스 원단을 소진할 때까지 고어텍스 아웃도어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것”이라며 “연간 물량을 채우는 것과 대형마트 납품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이선스 유지를 위해서는 올 연말에 재계약을 해야 했지만 대형마트 납품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의 자체가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주장이 사실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엄격하게 단속하는 불공정 행위인 ‘할인판매 금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미 대형 아웃도어 제조사의 14년 동안 이어져 온 할인판매 금지 행위를 적발한 바 있다. 고어사는 이에 대해 “양측이 합의하에 정상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한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고어텍스 라이선스를 9년 동안 유지해온 A사가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라이선스 재계약을 포기한 것은 좀처럼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아웃도어 유통 전문가들의 얘기다. 국내에 고어텍스 라이선스를 보유한 제조사가 제한적인 데다, 고어텍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맹신이 커서 라이선스 보유 자체로 기업가치에 플러스 효과를 본다.

고어텍스 원단으로 아웃도어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들과 만나 온 한 유통 전문가는 이에 대해 “제조사 사이에 싸게 팔면 고어사로부터 제재를 받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어사의 경우 재고로 남은 극소량의 할인행사만 허용하고 시장 가격을 무너뜨리는 할인행사는 사실상 막아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고어텍스 아웃도어 제품을 백화점·대리점 등이 아닌 대형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고어텍스 아웃도어 제조업계가 판로를 백화점·대리점 등으로 한정해 고가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정책을 펴면서 암묵적으로 대형마트 납품을 지양해 왔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로 일찌감치 판로를 확대한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과는 전혀 대조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어사 관계자는 “고어사가 한국에서 배타적인 라이선스 제도를 강력하게 밀어붙여 왔다”며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고어텍스 완제품의 가격 하한선을 강력하게 고수하는 효과를 내왔다”고 말했다. 고어사 측은 가격 개입 의혹에 대해 “우리는 아웃도어 업체들이 고어텍스 제품에 대해 정하는 시중 판매가격에 대해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관범·노기섭 기자 frog72@munhwa.com
e-mail 이관범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이관범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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