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마녀’ 마오쩌둥 아내의 삶을 보다

장칭 / 로스 테릴 지음, 양현수 옮김 / 교양인

장칭(江靑)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내이자 동지로서 ‘문화혁명’의 불을 놓은 극좌파의 선봉이다. 그는 중국공산당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비범했던 여성 정치가였다. ‘중국 대륙의 여제’ 측천무후에도 비교되는 장칭은 마오 사상의 계승자에서 ‘인민의 적’으로, 다시 역사의 금기로 봉인된 ‘정치적 마녀’였다.

장칭으로 인해 ‘20세기 중국사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문화대혁명의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오랫동안 중국 현대사와 중국 공산당 정치를 연구해 온 저자는 ‘영웅 마오쩌둥을 타락시킨 창녀’ ‘사악한 여자’라는 오명에 가려진 장칭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저자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여러 대륙을 오가며 마오쩌둥 사후 중국에서 검열과 금지의 대상이 된 장칭 관련 자료들을 입수했고 장칭의 지인들과도 인터뷰를 했다.

1984년 출간 후 지금까지 장칭에 관한 가장 객관적이고 훌륭한 전기로 평가받는 책이다. 중국에서는 당국의 정치적 압력 때문에 1994년에야 정식 번역본이 발간됐다.

“나는 마오쩌둥의 개였다. 그가 물라면 물었다.”

마오쩌둥 사후 벌어진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뒤 1980년 중국 베이징(北京) 공안국 강당의 재판정에 선 장칭은 이렇게 말했다. 서유기에 나오는 요괴인 ‘백골정’이라는 악명을 얻었던 장칭은 최후 진술에서 모든 일은 남편인 마오쩌둥이 시킨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장칭은 어떤 일을 저질렀던 걸까.

1960년대 중반 장칭은 문화대혁명의 선봉에 섰다. 문화혁명 기간에 장칭은 계급투쟁을 명분으로 자신의 반대파들을 잇달아 제거하는 복수의 화신이 됐다. 장칭과 마오는 개방지지자 류사오치(劉少奇)와 덩샤오핑(鄧小平)을 수정주의자로 몰아 쓰러뜨렸다. 장칭과 마오는 공산주의 가치관을 정화하는 싸움에서 군대가 가장 중요한 동맥 세력이라고 봤다. 장칭에 의해 문화혁명의 폭력성이 더욱 거세졌다. 당시 금지된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하려고 하기만 해도 바로 ‘계급의 적’이란 딱지가 붙었다.

1960년대 말 장칭은 공산당 정치국 사상 여성으로선 최초로 정치국원으로 선출됐다. 1970년대 들어 마오쩌둥이 쇠약해지자 자신이 남편의 후계자가 되고자 했다. 명민하고 종종 말을 돌려서 하는데다 고압적인 장칭은 마오쩌둥 곁에서 38년이라는 세월 동안 권력자로서의 견습기간을 거쳤다.

하지만 후계 구도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이 사망했다. 장칭을 비롯한 4인방이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반대파 화궈펑(華國鋒)이 더 신속했다. 장칭은 체포된 순간 후계자가 아니라 ‘창녀’ ‘사악한 요녀’로 불리기 시작했다.

장칭은 연극무대와 정치영역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장칭은 자신을 위해 환상의 세계를 만들었다”며 “연극 무대라는 환상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인격체를 우주처럼 거대하게 확장하고자 했으며 마침내 자신의 가슴이 명령하는 바에 따라 폭발적인 정치활동을 펼쳤다”고 분석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