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전셋값 급등은 ‘내집마련·재테크’ 기회

연말 주택시장의 매매가격과 전셋값 이상 현상이 심해지고 있네요. 9·10 부동산 대책의 약효는 벌써 끝났는지 거래량은 큰 폭으로 줄고 있습니다. 당연히 매수세가 사라져 집값이 하락하고 전셋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요. 대구와 광주광역시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가격과 비슷해진 곳도 나오고 있다네요. 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한 아파트 115㎡의 전셋값은 1억7000만 원인데 시세도 1억7000만∼1억8000만 원이라고 합니다. 광주 서구 화정동 일대 아파트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요.

서울 주택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값에 대한 전셋값의 비율은 46개월째 상승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요. 서울 전세가율은 현재 55%에 육박하고 있는데 일부 전셋값이 낮은 강남권 아파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60%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도권 1기 신도시들 주변의 집값도 최고점의 반토막이 난 경우가 많고요.

전세가율의 고공행진에 대해 전문가들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수도권 주택가격이 바닥 수준인데다 서울 지역 실질 전세가율이 60% 수준에 이르러 ‘집을 살 적기’라는 분석을 내놓는 반면, 현재의 주택시장은 왜곡된 형태여서 집을 살 시기가 아니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은 실수요자들조차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하면서 집을 안 산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전세를 얻다 보니까 물량 부족으로 전셋값만 치솟아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 일반 수요자 입장에서는 주택 매입 요인이 없습니다. 유럽 재정위기는 끝날 것 같지 않고, 국내 소비침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목좋은 보금자리주택지구 당첨 기대감도 있고요. 여기에 정부와 서울시의 집값 안정 정책도 유효합니다. 정부의 9·10대책 등에 따른 법률 정비도 덜 됐고, 가계부채의 부실채권 비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여러모로 주택 수요자 매수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지요.

하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나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라면 주택시장의 빙하기인 올 겨울을 ‘내집마련과 재테크’라는 두 마리 토기를 잡을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값이 하향안정세인 데다 전세가율이 높을 때 좋은 조건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의 수도권 주택시장을 토대로 수요 공급 차원에서 전망해 볼 때도 이르면 내년 봄이나 하반기부터 집값이 오른다는 분석이 더 많습니다. 특히 서울 집값은 재건축 등에 따른 멸실주택이 많은데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은 태부족, 오를 가능성에 방점이 찍혀 있지요. 아무튼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은 전셋값이 초 강세를 보이는 왜곡된 구조로 내년에 전세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집마련은 기회라고 판단될 때 수요자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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