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종 원장의 남성 클리닉>정자, 그 오묘한 생산·소비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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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과 7일 날씨가 많이 추워지고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렸다. 물론 내린 눈들로 인해 기분이 좋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눈과 비를 좋아해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졌다.

언젠가, 대지가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빗물을 흡수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는 하릴없는 상상을 해본 기억이 있다. 쉬 예측되지 않지만 아무리 훌륭한 하수도 시설이 있는 도시더라도 흙의 기본적인 흡수력이 없다면 잦은 범람으로 인해 도시의 기능이 유지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인간의 군락생활이 불가능해진다. 계절과 자연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생활을 접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간의 생체 내에도 흙처럼 자연흡수력이 존재하며 건강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부에 정상적으로 견딜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파란빛의 멍이 든다. 멍은 의학적으로는 충격에 의해 작은 혈관에서 터지면서 정상 조직 사이에 출혈이 된 것이 피부를 통해 보이면서 시퍼런 색을 띠게 된 것이다.

심한 경우는 색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위가 부어오를 정도로 출혈의 양이 많다. 하지만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없어지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몸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자연 흡수 능력이 필요 이상의 세포 간 액체나 불필요한 물질을 자연적으로 흡수하고 정화, 제거시키는 능력에 기인한 것이다.

자연흡수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절대 행해질 수 없는 비뇨기과 수술이 있다. 영구적인 피임 방법 중 최선의 방법이라 알려진 정관수술이 그것이다.

남성의 정액은 한 번 사정 시 평균 2∼3cc의 양이 배출된다. 이 액체 중 60∼70%는 정낭에서, 20∼30%는 전립선에서 만들어진다.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정자는 전체 정액의 5% 내외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들이 흔히 정관수술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정관수술을 하면 정액이 전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인데,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오해이다.

정관수술은 고환에서 생산된 정자가 나오는 통로 즉 정관을 음낭부위에서 결찰하여 정자가 밖으로 배설되지 않게 하는 수술방법이다. 즉 정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낭이나 전립선에서 만들어진 액체는 정상적으로 배출돼 사정액이나 사정 시 느낌은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러면서도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만 사정액에 섞이지 않게 해 수정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럼, 이 시점에서 다시 의문이 생긴다. 2∼3일에 수천 수억 마리씩 만들어지는 엄청난 수의 정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짐작하겠지만 여기에서 우리 몸의 자연흡수력이 다시 한번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정상적으로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들의 성숙이 일어나는 부위인 부고환에서 정자들이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고 고이게 되면 배출되지 못한 정자를 흡수하여 자연스러운 대사과정을 거쳐 없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드물게 정관수술 후 초기 몇 개월 동안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의 양보다, 부고환에서 흡수되는 양이 적을 경우 부고환에 정자가 가득 차면서 둔한 통증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를 울혈성부고환염이라고 한다.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고환에서 자연흡수량이 증가하여 저절로 좋아지곤 한다.

또한 이러한 현상의 지속기간이 길어지면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정자의 생산량도 감소한다. 이를 통해 비효율적인 생산과 흡수의 과정을 줄이기도 한다고 하니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참 오묘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골드만비뇨기과 www.gold-m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