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 지역 유세마다 ‘兆 단위’국책사업 공약 남발

박근혜 새누리당·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공항, 철도 등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돈 먹는 하마’, 즉 대규모 사업간접자본(SOC) 건설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이에 마구잡이식 선심성 공약으로 사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현 정권에서의 동남권 신공항 무산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문 후보는 모두 동남권(남부권), 제주 신공항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명박정부에서 동남권 신공항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지만 이를 다시 추진하는 것은 물론 제주 신공항까지 두 개의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두 곳 모두 예산이 1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동시에 공항을 두 곳에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분히 부산·경남(PK)과 제주의 표를 의식한 공약으로 풀이된다.

수조 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철도 사업 공약도 두 후보가 모두 약속하고 있다. 박·문 후보는 모두 ▲전남 목포∼부산 남해안 고속철도 ▲강원 춘천∼속초 고속철도 조기 건설을 공약했다.

박 후보는 전북 새만금과 경북 김천을 잇는 동서횡단철도, 문 후보는 김천∼진주∼거제 고속철도 조기 건설도 지역 공약으로 내세웠다. 모두 동시에 추진될 경우 수십조 원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으로 누가 당선돼도 임기 내에 동시에 이뤄내기는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밖에도 지역별로 지하철 추가 건설 등도 후보들은 제시하고 있다.

SOC 사업 외에도 각종 클러스터 구축,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각종 토목 사업 관련 공약도 후보들의 지역 방문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광주 친환경 클러스터, 전남 여수 해양관광특구 지정, 새만금 개발 전담기구 설치, 충북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 후보들이 내놓은 지역공약안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충남도청 이전 비용 국비 지원 등도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두 후보 지역 표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이승창(경영학) 항공대 교수는 “동남권 신공항만 해도 말이 10조 원이지 실제 사업을 하면 20조 원 이상 돈이 들어갈 것”이라며 “후보들이 내놓은 복지 공약 등을 감안할 때 이러한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문 후보가 제시한 복지 공약에도 사실상 임기 내 실현이 어려운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의 노인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문 후보의 의료비 본인 부담금 연간 100만 원 상한 등이 비현실적인 공약으로 꼽힌다. 두 후보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핵심적으로 제시한 ‘기초생활수급자 부채 70% 탕감’(박 후보), ‘이자제한 상한 25%로 하향 조정’(문 후보) 등도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원(행정학) 한성대 교수는 “공약을 개별적으로 봤을 때 다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결국은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어떤 사업에 어떻게 투입할 것인가의 문제”라면서 “선거 때마다 단골도 등장하는 지역개발 공약에 대해 각 후보들은 어떤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추진할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