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풀어낸 명작 기준은 기교가 아닌 사상

명작이란 무엇인가 / 크리스토퍼 델 엮음, 공민희 옮김 / 시그마 북스

책에는 “명작에는 보편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명작이라 평가한다면 그 작품에는 시대를 반영하는 어떤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작품에 내재된 역사의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그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책은 문인, 예술사학자, 고고학자, 박물관 큐레이터 등 전문가들의 명작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이들은 예술가나 사조가 아닌 작품 자체의 의미와 정서를 이해하며 70점의 명작에 접근한다. 자신들이 선택한 작품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거나 작품 속에 숨은 이야기를 소개한 후 그 독특한 중요성을 알려주는 식이다.

이를테면 소설가 필립 풀먼은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에 담긴 미스터리를 세부묘사의 측면에 주목해 작가가 인물의 내면심리를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 서술한다. 사학자 헬렌 랭던은 자연주의적인 인물 묘사를 통해 불경스럽다고 여겨질 만큼 사실적인 종교화를 그렸던 카라바조와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노동계층의 우울한 얼굴에 주름살이 있는 여행자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데서 시대적 분위기가 읽힌다고 한다.

이처럼 기고자들은 예술 작품의 기교보다 사상을 중시한다.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미술적 ‘기술’을 어려워해 그림 보기를 두려워했던 이들도 인문학적 소양만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