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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2년 12월 28일(金)
스스로 위험에 부딪쳐라… 그리고 이겨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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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살아남아 버렸다 / 이명석 지음 /궁리

곳곳에서 재난이 터지는 위험사회다. 우리는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떨어질 수 있는 최악의 밑바닥은 어디인가.

수많은 형태의 절망들이 현대 사회를 가로지른다. 일본 대지진, 동남아 쓰나미, 9·11 테러 등 삶의 터전을 붕괴시키는 일들이 불시에 벌어진다. 해직당한 남자가 술김에 차를 몰고 가다 사람을 치어 죽인다. 한 개인이나 가정이 속절없이 몰락할 수도 있는 파국의 상황이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파국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든 저질러도 좋다는 일탈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일까. 우리는 야수인가, 수도자인가, 희생양인가. 좀비는 세계 불황시대 화이트칼라의 자화상인가. 문명비평가인 저자는 “문명세계에서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문명이 무너지면서 그저 가방의 부피와 무게를 차지하는 쓰레기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학력, 지위, 가문 등 우리가 그토록 매달렸던 것들이 한 모금의 물보다도 의미없는 것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책은 ‘나는 전설이다’ ‘로빈슨 크루소’ ‘파리대왕’ 같은 영화, 소설, 만화 등의 다양한 대중문화 속 재난 상황을 분석하고 공통점을 도출해낸다. 하지만 재난전문가들이 전하는 실질적인 정보와는 차별화되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았다.

저자는 15년 이상 만화, 영화, TV, 게임 등을 연구하고 비평해 왔다. 여러 종류의 서바이벌 진행 과정에서 파국을 가져온 원인이 무엇이든 주인공들은 매우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책의 서두에 정리해둔 ‘서바이벌 노트’가 공통의 조건이다. 그 핵심은 고립이다. 저자는 은둔형 외톨이, 좀비 분장을 하고 월스트리트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사람들, 리얼리티 쇼에서 일확천금을 노리고 게임을 하는 자들, 여성과의 연애를 포기하고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남자 등도 고립 속에서 나름의 생존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봤다.

저자는 B급 좀비영화와 소수의 인간들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는 리얼리티 TV쇼, 오타쿠, 은둔형 외톨이의 실체를 해부하면서 생존 시나리오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스펙을 쌓는 데 열중하고 선행학습을 열심히 해도 생존 기술은 터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대니 보일 감독의 좀비영화 ‘28일 후’에서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다. 숨겨진 한국 영화 명작이라 할 수 있는 ‘김씨 표류기’는 소통에 대한 우화다. 책은 고립된 상황의 한 남자가 무인도에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씨 표류기’도 섭렵한 뒤 독특한 생존 해법을 탐구한다.

저자는 자신의 근본적인 삶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스스로 위험에 부딪치고, 그것을 이겨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뉴얼을 집어던지고 밀폐된 방에서 나와 옥상으로 올라가 세상을 넓은 시야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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