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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3년 01월 03일(木)
“추위보다 사람이 더 싫어… 내버려 두세요”
영하 18도 혹한속 노숙인 실태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서울 지역 기온이 영하 16.4도까지 떨어진 3일 새벽 서울 영등포역사에서 노숙인들이 맨 바닥에 침낭을 비롯한 침구류를 깔고 잠을 청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저분들은 겨울 추위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더 싫어한답니다.”

2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서울시의회 지하보도에서 3∼4명의 사람들이 침낭을 뒤집어쓴 50대 남자 노숙인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정신보건상담팀의 팀원들. 알코올의존증 증세가 있는 이 노숙인을 복지시설로 옮기기 위해 설득 작업 중이었다. 이날 기상청은 2일 밤에서 3일 새벽의 서울 기온을 영하 16도로 예고했다. 스마트폰 기상 애플리케이션에 나타난 중구 지역의 최저기온은 영하 18도로 자칫 길거리에서 졸기라도 할 경우 말 그대로 ‘얼어 죽을 수 있는’ 매서운 추위다. 그럼에도 이 남자는 요지부동. 오히려 설득하는 상담팀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까지 했다.

자원봉사에 나선 서정화 서울노숙인복지시설협회장은 “알코올의존증과 정신질환, 당뇨병을 앓고 있는 분”이라며 “오늘 같은 추위에 내버려둘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운영하는 노숙인 정신보건상담팀은 정신과 전문의, 정신보건 전문요원 및 사회복지사 등(총 7명, 2개팀)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날씨가 추워지자 더욱 바쁘게 움직이며 노숙인들의 안녕을 확인하고 있다. 노숙인들은 대인기피증세가 심각해 이런 추위에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따뜻한 곳을 찾기보다 인적이 드문 찬 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노숙인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도 이날은 한산했다. 노숙인들은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혼자 앉아 있거나 잠을 청한다. 상담팀은 한 60대 노숙인을 5번째 만나 시설로 갈 것을 설득했지만, 그는 자신의 인적사항조차 말하지 않고 그냥 가라는 손짓만 했다. 그나마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노숙인들은 추위를 피해 일찌감치 수용시설로 찾아들었다.

오후 10시쯤 서울역 노숙인희망지원센터의 대피소에는 이미 136명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평소 같은 시간대 70∼80명이 모이는 것에 비해 많은 수다. 최대 180명까지 채울 수 있는 이곳도 오늘은 복도까지 가득 찰 것 같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다시서기’의 여재훈 성공회 신부는 “이렇게 시설이 있어도 서울역을 중심으로 각 인근 지하도에서 노숙인들이 홀로 잠을 잔다”며 “이들이 얼어 죽지 않게 오후 10∼11시, 오전 3∼4시 사이에 순찰을 돌며 침낭과 따뜻한 물을 나눠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 신부와 함께 순찰을 도는 도중 만난 한 여성 노숙인은 아예 지하도 밖 눈이 쌓인 화단에서 비닐을 덮고 잠을 자고 있었다. 여성 노숙인은 과거 정신적 외상이 너무 커 대인기피가 심한 경우가 많다. 서울시 등이 운영하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7개소에 이르고, 여러 재활·자활시설이 있지만 살을 에는 칼바람도 이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역 및 중구 일대뿐만 아니라 영등포역 용산역 일대에도 이날 노숙인 동사 방지를 위해 위기대응콜(1600-9582)과 24시간 상담시스템, 정신과 전문상담팀을 풀가동했다.

김경호 시 복지건강실장은 “겨울철 동사자 발생을 막기 위해 정신과 전문상담도 진행하고 있지만 노숙인들의 강한 거부와 일부 시민단체의 인권문제 제기로 인해 어려움도 있다”며 “당장 강제로라도 치료를 받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숙인들이 찬 겨울 혼자 지하도에 버티고 있어도 제대로 손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동사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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