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畵는 과학적 통찰력 통해 탄생한다

실험실의 명화 / 이소영 지음 / 모요사

14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토의 대표작 ‘동방박사의 경배’에는 길게 꼬리를 드러내는 핼리혜성이 번쩍인다. 1301년 혜성을 직접 보았던 화가는 1304∼1306년 무렵의 작품에 자신이 경험한 자연현상을 기록했다.

핼리혜성을 그렸던 화가의 이름은 680여 년 후 우주선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1986년 3월 13일 유럽우주국이 띄운 핼리혜성 탐사선의 이름이 ‘조토’다. 조토호는 596㎞까지 접근해 핼리혜성의 정체를 알려 주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속 소용돌이치는 별무리와 은하수는 단순하게 광기 어린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천문학책을 탐독하고 하늘을 관측했던 화가 특유의 독서와 지적 탐색의 결과물이다.

이 밖에 렘브란트는 뇌과학자 못지않은 통찰력으로 초상화를 그렸고, 베르메르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해 사진처럼 정교한 인물화를 그렸다.

우주과학자들이 그림을 연구하고, 화가들은 과학책을 접하고 자연현상을 면밀하게 관측해 그림을 그렸다. 과학의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고, 화가의 눈으로 과학에 다가서는 이 책은 부제가 ‘미술, 과학을 만나다’이다. 과학과 예술이 서로 ‘먼 그대’가 아니라, 오히려 흥미로운 연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명화 및 예술가 과학자의 일화와 더불어 풀어낸다.

걸출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 중에는 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그림 실력이 출중한 인물들이 많았고, 그림 실력이 과학 연구에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17세기 초 천문학자 갈릴레이는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관찰한 달을 명암까지 정확히 그려 냈고, 그 스케치는 화가인 친구 치골리가 그린 산타마리아 마조레성당의 벽화그림에 반영돼 있다. 스페인 의학자 카할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신경세포 스케치로 190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일본의 음성학전문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모나리자’의 신체조건을 토대로 중저음에서 약간 높은 톤에 비음이 섞인 모나리자의 목소리를 복원했다.

우주과학의 신기술은 미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주의 물질을 확인하기 위한 다중분광 촬영기술 발달로 그림이 몇 번 덧칠됐는지 변색 이전의 색이며 복원 작업을 거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과학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명화에 대한 과학적 탐색을 통해 미술이야기가 한층 다채롭게 펼쳐진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