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사랑·돈·직업… 삶에 대한 조언

인생학교(전 6권) /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정미나 외 옮김 / 쌤앤파커스

책의 제목인 ‘인생학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알랭 드 보통이 만든 학교 이름이다.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보통이 지난 2008년 영국 런던에 세운 이 학교는 인생을 살아가다가 부딪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삶의 의미와 살아가는 기술에 대해 함께 더 깊이 고민하고 토론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그런 만큼 이 학교의 강의 주제들은 다양하고 독특하다. 더 좋은 친구가 되는 법, 후회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법, 평생 사랑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법, 돈과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법, 쿨하게 사는 법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창의적으로 혼자 노는 법, 전처나 전남편에 대한 도덕적 책임 등 여느 학교나 강좌에서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강의도 있다.

보통이 맡은 강의는 ‘섹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는 법’이다. 섹스가 주제라고 해서 혹 ‘더 격정적으로, 혹은 더 자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요령’ 등이 담겨 있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섹스라는 주제에 대해 철학적인 사색을 펼쳐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의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강의는 섹스와 일상의 격차, 성적 취향을 결정하는 심리적 내력, 외도의 욕구와 본질적 문제, 포르노의 함정 등 섹스와 관련된 일상의 여러 주제를 넘나든다. ‘인생학교’시리즈는 보통의 강의를 포함해 여섯 개의 강의를 단행본으로 구성한 것이다. 나머지는 ‘돈에 관해 덜 걱정하는 법’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법’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법’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이다.

보통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 잠자리가 소원한 것은 무엇보다 일상과 성애의 영역 사이를 원만하게 이동하지 못해 애를 먹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가끔은 작은 기업체라도 운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관료적이고 절차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섹스는 어떤가. 섹스는 정반대의 덕목들, 다시 말해 자유로움, 상상력, 유희, 통제력 상실 등이 중요하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통제와 자기억제를 특징으로 하는 일상생활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보통은 “우리가 섹스를 회피하는 이유는 그것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섹스가 주는 쾌락이, 그 이후에 부과될 가정생활과 일상의 까다로운 요구들을 견뎌낼 인내력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6권의 ‘인생학교’ 시리즈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섹스와 돈은 욕망으로 묶여 있고, 일과 세상은 변화로 연결되며, 정신과 시간은 자존감과 인간다움으로 이어진다. 인생에 대한 근원적 탐구와 철학적 사유를 제안하는 ‘인생학교’ 시리즈는 삶의 질을 높이고, 일상의 깊이를 더해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