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해도 말 못해…’ 끙끙 앓는 동성 性범죄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의 한 사우나 수면실에서 70대 노인이 30대 남성의 알몸을 더듬다가 반항한다는 이유로 주먹까지 날려 경찰에 입건됐다. 동성애자였던 유모(75) 씨는 김모(31) 씨가 잠에 곯아떨어진 틈을 타 몸에 올라가 가슴을 만진 것은 물론 김 씨가 놀라 잠에서 깬 뒤에도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어보며 귀찮게 했다. 지난해 7월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운동부 선배인 김모(15) 군이 학교 지하창고에서 같은 학교의 동성 후배인 A(14) 군에게 유사성행위를 강요하는 등 상습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성 간 성폭력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지만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편견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피해구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성폭력 피해 상담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7%로 이들 중 상당수는 동성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성에 의한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장난이나 해프닝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성폭력 상담센터가 이성 간 성범죄나 여성 피해자를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동성 간 성폭력에 대해 신고나 상담을 받는 곳이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옥이 남성의 전화 소장은 “아직 남성에 대한 성범죄가 문제라는 인식이 희박한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설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