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식품클러스터로 가는 길-下>‘미래식당’등 첨단 R&D 시설, 세계시장 진출 전초기지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래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공간의 개념을 넘어서 기업이 개발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 선택의 빈도, 섭취 형태 및 반응 등을 종합 관찰해 분석할 수 있는 연구시설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눈동자의 움직임(사진 위 왼쪽), 씹을 때의 입 모양과 기호도(〃 가운데) 등을 연구자가 모니터를 통해 관찰하며 연구하는 모습(〃 오른쪽).

농업 식품 산업의 강국 네덜란드 동부 와게닝겐 지역의 ‘푸드밸리’에는 다양한 지원 기관과 연구시설들이 있다. 유럽 최고의 농과대학으로 불리는 와게닝겐대도 그 중 하나다. 와게닝겐대의 한편에 통유리로 된 건물에 마련된 ‘미래식당(The restaurant of the Future)’. 얼핏 보면 일반 대학의 구내식당 같지만 30여 대의 카메라가 좌석 주변에 꼼꼼히 배치돼 쉼없이 돌아간다. 즉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소비자 식품소비 행태를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기 위해 연구비를 투자해 설치한 연구시설이다.

미래식당에선 카메라를 이용해 고객들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음식을 씹을 때 얼굴의 근육과 표정 변화까지 녹화된다. 소비자의 몸무게와 음식 칼로리도 자동 계산된다. 이를 통해 제품 디자인과 음악, 조명, 맛 등이 소비자 행동과 음식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처음 미래식당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3개 기업에 불과했던 참여기업이 현재 40여 개로 늘어난 상태다.

오는 2015년 전북 익산에 조성되는 ‘국가식품클러스터(푸드폴리스·Foodpolis)’에도 이 같은 미래 첨단식당(소비자 반응연구소)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개발(R&D) 기반시설이 구축된다. 앞으로 푸드폴리스에 입주하게 될 기업이나 민간연구소들은 이러한 시설들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상품화를 위해 공동 연구·개발이 가능해진다. 일부 연구 장비와 시설은 입주기업이나 연구소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운영된다. 정부도 오는 2020년까지 500억 원을 바이오·나노기술 등 융합기술 식품, 발효·글로벌 식품 등 5대 핵심분야 연구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하거나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국내외 식품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1위 식품기업 CJ제일제당이 농림수산식품부와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국내외 선도기업 투자 유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CJ제일제당은 현대식 가공 식품 제조 공장과 연구소를 설립해 신제품 개발과 일류 식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식품융복합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종현 CJ제일제당 부사장은 “15억 인구의 동북아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CJ제일제당에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중요한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난해 10월 말에는 종합 식품기업 동원F&B가 6만6000㎡(약 2만 평) 규모의 식품 제조공장과 연구소를 설립하겠다며 농식품부에 손을 내밀었다. 이곳에 ‘글로벌 건강식품 전진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해관 동원F&B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다양한 건강식 신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국가식품클러스터가 글로벌 금융시장 공략의 중요한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봉그랑, 퓨라토스, 더벨그룹 등 유럽지역 식품기업을 방문했고, 이 중 일부 기업은 국가식품클러스터에 투자할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또 파리국제식품박람회(SIAL), 스웨덴패키징서밋, 유럽연합(EU) 식품 R&D세미나에도 참가해 푸드폴리스를 알리는 등 투자 열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해 12월 일본 식품기업 자룩스와 두유·주스 등 친환경 유기농 식품을 생산하는 캐나다 식품업체 선옵타 등 외국기업들이 잇따라 국가식품클러스터 투자 계획을 밝히는 개가를 올렸다. 지난해 10월 현재 투자 MOU를 체결한 기업체는 모두 55곳(국내 41곳, 해외 14곳)이고, 국내외 연구소 4곳 역시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푸드폴리스에 모두 5535억 원을 투입해 2015년까지 식품기업 150개, 식품연구소 10개를 유치할 계획이다. 특히 연구·개발 중심의 고부가가치 창출형 식품산업단지 성격에 걸맞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우선적으로 투자유치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외 식품기업들이 푸드폴리스에 입주하게 된다면 연구·개발을 통한 신제품 개발로 동북아 시장으로의 수출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식품산업이 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이때 한국의 푸드폴리스가 식품산업의 메카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성장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