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종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현실참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회과학의 궁극적 목적이 사회의 개선에 있는 만큼 연구활동을 통해 쌓아온 내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바람직한 시도다. 그러나 현실정치에 뛰어든 교수들은 ‘폴리페서’라고 불리며 비판의 표적이 된다. 논리와 현실의 이 같은 괴리는 본말이 전도됐기 때문이다. 학문적 성취를 현실의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위해 교수의 직위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정종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20년 전인 김영삼 정부 시절 정치권 입성을 제의받았지만 거절했다. 이후 그는 학계에 머무르면서 대의민주주의를 전공한 헌법학자로서 정부 구조나 국정운영 방식 등에 대한 창의적인 제안을 해왔다. 책임총리제로 불리는 실질총리제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고 청와대의 국정상황실 설치도 그의 구상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지난해 새누리당 공직추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직접 선수로 뛰진 않았지만 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공천에 관여함으로써 현실정치에 발을 담근 셈이다. 그러나 그는 ‘외도’에 대해 당당했다. 정당붕괴와 그에 따른 대의민주주의의 파국을 앞두고 해당 분야를 전공한 학자로서 행동에 나서는 것이 의무였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향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요청이 있더라도 대학에 남아 정치발전을 위한 이론을 정교하게 구축하는 데 전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일까.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답변했다. 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말도 가리지 않았다. 더구나 거의 모든 답변이 법적 원칙 못지않게 현실적 여건도 고려하고 있어 신뢰를 더했다.
―요즘 최고 이슈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데 박근혜 정부의 이념이나 국정운영 골격을 준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도 그렇듯 인수위 때 어떻게 잘 준비하느냐에 그 정부의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과거 인수위를 권력 차원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래서 인수위가 권력 핵심 인사나 잘나가는 관료들로 구성됐고 참여한 관료들은 당연히 차관이나 장관으로 승진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인수위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대는 등 상당히 문제가 많았습니다. 반면 이번 인수위는 기능적으로 접근했는데 이는 굉장히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그래서 지금 인수위를 둘러싼 권력 투쟁 같은 건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인수위 기능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인수위는 새 정부가 추구하는 국정 철학과 비전을 분명히 설정해야 합니다. 즉 박근혜 정부는 어디로 갈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어디로 간다’가 없었습니다. ‘중도 실용’을 내세웠는데 그건 방법론이지 가치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정말 열심히 했지만 혼란스러웠습니다. 인수위의 또다른 중요 과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겁니다. 저는 우선순위와 함께 국정 전체의 운영틀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정치일정을 보면 내년 상반기에 지방자치선거가 실시되고 2016년에 총선이 돌아옵니다. 지방선거에서는 당연히 중간평가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2014년에 새로운 정책을 시작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정책을 포함, 국정운영의 큰 틀을 올해 말까지 다 마련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요구받는 국민대통합 정책, 복지정책, 중소기업 중심 정책 등 구체적인 정책뿐만 아니라 그런 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프레임을 짜야 합니다. 이것은 기능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측면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인수위가 이런 중차대한 업무를 40여 일 남짓 남은 기간에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이념과 철학을 공유하는 동시에 정치적인 역량과 정책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가 되겠군요.
“인수위를 기능적으로 접근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박근혜 정부의 이념과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 특히 박근혜 정부 초기 단계에서 확실하게 헌신하고 희생을 하겠다는 핵심 인사들이 인수위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새 정부 내각과 업무 연속성이 생깁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장관이 들어와 전체적인 틀과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결국 취임 100일 내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은 역대 정부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인수위 위원의 선임과정은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고 그와 관련해 밀실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밀실인사라는 지적은 좀 과장된 것 같고 인사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완전히 공개해 모든 사람이 한마디씩 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가버리면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사권자가 본인의 책임하에서 철저하게 판단했다면 초기단계의 경우 비밀주의로 가는 것이 오히려 맞다고 봅니다. 선거 과정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줄을 대기 시작하면 굉장히 복잡해지거든요. 다만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적재적소 원칙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떤 자리에 사람을 쓸 때 해당 분야에서 능력이나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을 임명해야 합니다. 소위 ‘깜짝인사’와 같이 해당 영역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쓰는 것은 곤란합니다.”
―역대 정부에서 예외없이 논란이 돼 온 ‘낙하산 인사’는 어떻게 보십니까.
“공공기관에서 개혁을 하려면 30% 정도의 외부 수혈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외부인사라고 다 낙하산으로 규정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선거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는 물론 전문가들도 다수 참여했을 텐데 그런 전문가들은 비록 내부인사는 아니지만 전문성이 뛰어나다면 그것이 강조되는 부문에 중용할 수 있습니다. 또 정무적 감각이 요구되는 곳에는 정무적 감각이 있는 사람을 임명해야 새로운 변화가 가능합니다. 이런 방식의 외부수혈을 무조건 낙하산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해당 조직의 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일단 장관에 임명하고 나면 해당 부처에 대한 전권을 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건 우리가 대통령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사실 대통령이 가지는 한계를 인정하면 박 전 대통령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통령은 4∼5가지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 시간적인 한계입니다. 아무리 길어도 5년밖에 못 하죠. 둘째, 대통령 본인이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역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셋째, 물적인 한계로는 경제적 여건과 국제환경적 여건이 있는데 저성장과 양극화, 동북아 국제정세 등을 감안하면 모두 간단치 않은 상황입니다. 넷째, 대통령도 인간이기 때문에 역량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만기친람하는 식으로 가다 보니 결국 실패했습니다. 사실 박 전 대통령은 우선 18년을 집권해 시간적 한계를 어느 정도 넘어섰습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플랜도 가능했고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5년밖에 못하는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식의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종전 대통령처럼 만기친람을 하겠다고 하는 순간 위기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내치의 상당부분을 총리와 장관에게 맡길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권한과 책임을 넘겨줘야 합니다.”
―소위 책임총리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책임총리제란 말은 대통령(책임)제하에서는 맞지 않는 말입니다. 실질총리가 오히려 적합한 단어인데 사실 제가 디자인한 개념입니다. 실질총리라는 게 헌법상 규정대로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실제로 행사하겠다는 건데 그건 맞지 않습니다. 대통령제는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대통령이 철학과 비전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뽑아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겁니다. 총리는 사실상 임명직 공무원입니다. 그래서 국무총리는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명을 받아서 각 행정부처를 통괄해야 합니다. 그런데 총리가 실세가 되거나 정치적으로 야망이 있는 사람이면 실질총리제는 실패합니다. 과거 이해찬 총리가 2인자로 부상하는 순간 실질총리제는 와해됐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차기 대권을 차지할 2인자가 부상하면 모든 힘이 그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더구나 실질총리라 하더라도 장관을 장악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부 장관들에게 힘을 실어줘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총리는 장관들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권한을 줬음에도 제대로 못하면 책임을 물어 교체를 해야 합니다. 장관을 무조건 오래 둔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외교, 통일, 국방, 안보 등은 직접 챙겨야 합니다. 그 다음은 프레지던트(대통령) 어젠다, 즉 대통령이 1∼2가지 어젠다는 매일같이 직접 챙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박 당선인은 일자리 문제, 복지시스템 등을 임기 내내 직접 챙길 수 있습니다. 이런 프레지던트 어젠다를 2∼3개 설정해야 하는데 인수위에서 그런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어떻게 장관이나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줄 수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우선 장관에게 부처의 중요한 인사권을 줘야 합니다. 그러면 부처를 장악하게 됩니다. 그리고 장관 비서실에 장관이 외부에서 데려오는 사람 3∼4명을 배치해야 합니다. 이들은 일종의 정무직이니까 장관이 그만두면 같이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자문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야 합니다. 장관에게 그렇게 좌우 날개를 달아줘야 관료조직이 가진 한계나 저항 등을 돌파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 수석들의 역할은 국가 전체 차원에서의 변화와 개혁을 추진할 때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겁니다. 제가 청와대 국정상황실을 설계한 것도 그런 기능을 맡기기 위해서였습니다.”
―청와대에서 제일 중요한 게 대통령 비서실장이라고 합니다. 비서실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으로 나누었는데 프레지던트 어젠다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정책실장이 담당해야 합니다. 비서실장은 의전만으로도 바빠 국정 전체의 흐름까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두 가지를 다 맡으면 힘이 너무 집중됩니다. 비서실장은 가능한 한 국가 정책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고 정무적 문제와 의전 문제만 다뤄야 합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 기정사실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각국 정부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처들이 있고 그런 부처들은 역할들이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용어와 개념들을 만들어내면 기능과 역할에 혼란이 옵니다. 사실 종전에 예측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정부의 기능이 새로 발견돼 그 기능에 맞춰 새로운 부처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반짝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름을 작명하고 부처를 신설하면 오래 못갑니다.”
―세종시 비효율 문제가 현실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을 관습헌법 위반이라고 결정했을 때 비판적 입장을 보이셨는데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국가의 운명에 대한 문제를 후보자가 자기 표와 바꾼 겁니다. 그건 표와 고무신을 바꾼 것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겁니다. 둘째, 이처럼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를 동원했는데 목적의 정당성은 있을지 몰라도 방법론적으로는 무리한 판단입니다. 셋째, 세종시로 정부 기관을 이전하겠다고 법률까지 만든 상황에서는 이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은 국회가 법까지 통과시키면 거기에 맞춰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게 소위 공법상의 신뢰보호 원칙입니다. 2∼3년 이후에 잘못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내려져 바꾼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그대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과정에서 드러난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무엇이 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번 대선에서는 좌우파의 대립구조가 형성됐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그 정체성에 기초한 국가의 운영 철학을 분명하게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려는 세력에 맞서 이 가치를 분명하게 설정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경제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시대에 시장만능주의는 시장경제가 아니라고 보는 겁니다. 이미 시장의 실패를 경험한 상황인 만큼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시장경제와 같은 새로운 비전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분명해지면 정책의 우선순위는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역시 국민대통합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세대간 갈등이 극명하게 표출됐다고 하는데 너무 과장된 평가라고 봅니다. 50∼60대와 20∼30대가 서로 다른 가치관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대립했다는 것은 조작된 분석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50대의 90%가 투표를 했지만 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62% 정도였습니다. 결국 40% 가까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셈입니다. 국민대통합에서 여전히 중요한 것은 지역통합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특별한 근거없이 새누리당은 영남당이, 민주당은 호남당이 됐습니다. 이건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어차피 박 당선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세력의 일부와 손을 잡은 만큼 그런 연대를 더 확장해서 영호남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음은 양극화 해소입니다. 박 당선인이 70%를 중산층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더라도 빈부 간의 격차를 좁혀나가야 합니다.”
―개혁 현안 중 검찰개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정권이 검찰과 법원을 굉장히 정치적으로 스포일(오염)시켰다고 봅니다. 정권을 따르면 출세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관행을 굳혀놓았습니다. 그래서 법조의 문제는 법원, 검찰이 아니라 집권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지금 법조개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치화된 법원과 검찰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입니다. 사실 검찰의 정치화를 비판하지만 법원은 더 정치화돼 버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음은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질 제고입니다. 이를 위해 1심 재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재판을 한 번만 받고도 재판결과에 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양형기준표를 법제화해서 국민들이 자기가 어떤 벌을 받을지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무리하게 변호사 비용을 지불할 필요도 없고 유전무죄나 전관예우 등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또 법률구조공단을 법률복지센터로 바꿔 국민 법률복지센터의 헤드쿼터가 되도록 하는 겁니다. 거기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 1000명 정도를 고용하면 전국 지부에 배치가 가능하고 그러면 법률 복지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 법원의 비정치화, 재판 역량 강화 및 법률 복지 확대가 법조개혁의 3가지 축입니다.”
―새누리당 공직 추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신 적이 있는데.
“저는 대의민주주의 이론을 전공하는 헌법학자인데 당시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 자체가 붕괴된 상황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정당이 필요없다고 할 정도로 정당에 대한 불신이 컸습니다. 정당이 붕괴되고 의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곧 대의정치가 붕괴되는 것이고 이는 곧 국가의 위기입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사람을 충원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그 과정이 좀더 공정하게 되도록 도와주자는 생각에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직접 참여해 보니까 어떻던가요.
“우리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그래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부분을 빨리 해소하고 제대로 된 충원이 이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정당도, 국회도 제대로 작동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박 당선인으로부터 정치권이나 정부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다시 받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치개혁의 출발은 정당개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정당개혁은 현재 진행형의 과제입니다.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모두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사실 저는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학교에 남아 정치개혁 등에 대한 이론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높은 기대를 다 충족시키려고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도 기대치를 낮춰야 하고 대통령도 ‘내가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세종대왕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임기 5년 동안 세종대왕은 결코 될 수가 없습니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의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당면한 과제에 우선 순위를 매겨 철저하게 시행해야 합니다. 더불어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 초석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기반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터뷰 = 박민 사회부장 min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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