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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 게재 일자 : 2013년 01월 22일(火)
판타지 섞인 6·25 전쟁, 비극 대신 인간을 묻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역사적 사건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입을 다물 수 없는 참혹한 비극을 겪은 이들은 일단, 그 참극을 ‘증언’하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상상을 뛰어넘은 현실 앞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정도 세월이 흘러, 벌린 입을 다물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다시 한번 그 비극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왜 그랬으며, 꼭 그래야만 했는지, 당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행동이었는지를 곱씹어볼 수 있는 것이다.

6·25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형제가 서로 총을 겨누고, 부모 자식이 서로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참변을 겪은 우리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증언하기에 급급했다. 한국전쟁에 대한 숱한 문학작품과 연극·영화를 비롯한 예술작품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60년. 마침내 우리는 무대에서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사진)를 볼 수 있게 됐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이어 이제 무대공연에서도 ‘비극의 객관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 15일부터 3월 10일까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한마디로, 6·25전쟁을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파악하는 작품이다. 이념적 대립이나 전쟁의 비극보다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를 보여준다. 따라서 판타지가 가미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동화적인 색채까지 띠고 있다. 어쩌면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눈으로 전쟁을 바라본다고나 할까.

하지만 작품이 마냥 순진무구한 것만은 아니다. 엄혹한 현실과 등장인물 간 갈등, 각 개인의 삶의 이력까지 드러낸다. 긴장·갈등과 이를 해소하는 과정이 팽팽하게 맞물려 있는 것이다. 만약 어느 한 쪽으로 작품이 기울 경우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팩트(사실)에만 치중한다면 ‘또 그 얘기냐’며 식상해 할 것이고, 상상의 나래만 펼친다면 ‘뭐야, 이거’ 하며 황당해 할 가능성이 크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그 간격을 비교적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다.

극의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국군 대위 한영범은 북한 인민군 간부 이창섭을 비롯해 포로 4명을 수용소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아 부하 신석구와 함께 이송선에 오른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배는 뒤집히고 이들은 무인도에 고립된다. 유일하게 배를 수리할 수 있는 인물은 포로로 잡혀온 순호. 하지만 그는 전쟁후유증으로 정신이 약간 나가 있다. 당연히 배 수리는 이뤄지지 않고, 이들은 점점 야만적으로 변해 간다. 서로의 입장도 뒤바뀌어 한 대위와 석구가 오히려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

잔머리를 잘 굴리는 ‘뺀질이’ 한 대위는 악몽에 시달리는 순호에게 섬을 지키는 여신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준다. 이야기에 빠져든 순호는 여신님의 마음을 만족시킨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나선다. 섬을 탈출하려면 순호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머지 다섯 명은 순호를 설득하기 위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 작전을 펼친다. 그들은 여신님을 위한 공동 규칙을 세우고, 서로 예의를 차리는 생활을 시작한다. 과연 ‘여신님이 보고 계셔’ 작전이 성공해 순호는 배 수리를 마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2012년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의 창작뮤지컬 육성지원 사업인 ‘예그린 앙코르 쇼케이스’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탄탄한 내용과 무대의 완성도를 인정받은 것. 극단 연우무대의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은 두 번째 창작 뮤지컬이기도 하다. 한정석 작·박소영 연출, 이준혁·임철수·지혜근·최성원·주민진·윤소호·최호중·신성민·전성우·이지숙 등 출연. 02-744-7090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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