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민주주의 꽃 ‘철의 난초’ 파란만장한 삶

아웅산수치평전 / 피터 폽햄 지음, 심승우 옮김 / 왕의서재

영국 식민지였던 버마(현 미얀마)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아웅산 장군의 딸, 아웅산 수치. 1947년 부친이 정적에게 살해당했을 때 그는 두 살이었다. 인도대사인 어머니를 따라 인도서 생활하는 등 그는 15세 이후 모국을 떠나 살았다. 영국서 옥스퍼드대 유학 중 만난 영국인 티베트 학자와 결혼해 두 아들을 키우며 평범하게 살았다. 당시 버마 상류층 출신 중년 여성의 꿈은 버마 전역에 도서관을 설립하고, 조국 젊은이의 해외 유학을 적극 돕는 일이었다.

그러나 1988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급한 연락을 받고 간병을 위해 버마 랑군(현 양곤)을 찾으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1988년 8월의 반군부민중항쟁 등 조국의 급변하는 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결성했다. NLD는 1990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으나, 군부는 권력을 이양하기는커녕 그를 랑군 대학로 54번가의 자택에 연금시켰다.

가택연금 중이던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15년 만인 2010년 연금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그의 삶을 다룬 뤼크 베송 감독, 량쯔충(楊紫瓊) 주연의 영화 ‘더 레이디’는 지난해 가을 국내서도 개봉됐다.

이 책은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어머니’ 수치 여사의 전기다. 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 세계대회 개막식에 초대돼 28일 방한에 앞서 수치 여사의 삶을 조명한 책이 번역 출간됐다.

서구의 꼭두각시이고 철새라는 군사정권의 비난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외부 세계에 미얀마의 현실을 알리고, 미얀마로 향한 세계의 창문을 열게 한 그의 삶은 미얀마 격동기의 파란만장한 사건들이 겹쳐진다. 이 책은 조국을 벗어날 수 없기에 영국의 남편과 두 아들과 떨어져 살았고, 결국 남편의 임종을 하지 못했던 인간적 고뇌와 면모도 담았다.

영국 언론인인 저자는 미얀마 현지 취재, 수치 여사 친지 인터뷰 등을 토대로 수치 여사의 삶을 재구성해 냈다.

독립영웅으로 추앙받는 부친 아웅산 장군의 활동을 비롯, 그 딸로 태어나 격동기의 여성 지도자로서 비폭력 저항과 평화 투쟁을 벌이게 되는 과정이 선거유세 기간 줄곧 동행했던 지인의 일기 등의 자료와 더불어 공개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