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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3년 01월 25일(金)
국가 미래전략 위한 싱크탱크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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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서울대 사회과학대 교수·경제학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발표한 각국 싱크탱크의 세계 랭킹을 계기로 새삼스레 우리나라 싱크탱크의 현주소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 발표에 따르면 세계 6603개 싱크탱크 가운데 국민소득 13위인 한국의 싱크탱크는 35개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 429개, 일본 108개에 훨씬 못 미칠 뿐 아니라 아시아의 빈국 방글라데시의 그것과 같다. 게다가 세계 랭킹 150위 안에 드는 것은 5개에 불과하다. 언론은 우리 싱크탱크의 이 같은 실태를 두고 민망하다거나 굴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싱크탱크란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나 헤리티지재단과 같이 정부가 정책을 모색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유용한 지식을 제공하거나 직접 정책의 집행에 참여할 목적으로 민간이 투자해 만든 독립적 연구기관을 말한다. 1970년대 이후 정치가와 관료들이 독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식과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 지식을 갖춘 민간의 싱크탱크가 발전했다. 싱크탱크는 일상 행정이나 단기정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정부기관과 달리 새로운 지식에 입각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데 특별한 능력을 발휘했다.

엄밀히 말해 이 같은 의미의 싱크탱크는 아직 우리나라에 없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세계 랭킹 150위 안에 드는 5개 기관의 면모를 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처럼 특별법에 의해 준(準)정부 조직으로 설립된 것이 4개나 되며, 민간기구로는 동아시아연구원 하나뿐이다. 그것도 내부 조직을 살피면 외교학을 전공하는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모인 결사로, 싱크탱크에 걸맞은 정책 지향의 전문가로 구성된 독자의 연구단체라고 하긴 어렵다. 그 외에 민간기구로 아산정책연구원이나 자유기업원 등이 펜실베이니아대의 발표에 등장하는 정도다.

한국에서 싱크탱크가 발전하지 못한 것을 두고 청와대나 관료들이 정책의 생산과정을 독점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기업과 재력가들이 긴 안목으로 싱크탱크 육성을 위해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일리가 있긴 하지만 정곡(正鵠)을 찌른 건 아니다. 정부의 제반 정책이 청와대와 관료의 주도로 생산돼 왔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 각 부처는 필요한 지식을 구하기 위해 산하 연구기관을 설립했으며, 각 연구기관은 정부의 요구에 따라 정책지식을 맞춤형으로 공급해왔다. 한국에서 미국형 싱크탱크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음은 민간사회가 정부와 그의 연구기관이 생산하는 것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정책지식을 생산할 능력을 못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싱크탱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학이 근본적인 지식을 풍부하게 창출할 필요가 있다. 싱크탱크는 대학의 그러한 역할을 전제해서 정부에 공급할 실용적인 지식을 생산한다. 한국의 대학이 자연과학과 공학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은 사실이겠으나 인문·사회과학의 분야는 그렇지 않다. 지난 몇 십년 간 한국의 인문·사회과학이 우리의 정치·사회·문화생활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고양할 이념이나 지식을 생산한 적이 있는지 기억하기 힘들다. 한국의 인문·사회과학은 외국의 선진학계와 교류하기에 바쁘거나 자국의 전통이나 민족주의에 몰입한 가운데 현실에 굳건하게 뿌리 내리고 있지 않다.

선진적인 싱크탱크의 결여는 국가의 장기 전략 부재를 의미한다.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20년 또는 30년 뒤의 나라 모습이 국제사회 속에서 어떻게 변해 있을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온통 복지를 둘러싼 단기정책의 공약만이 난무했다. 결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발표는 대한민국의 학문과 지성이 후진적인 가운데 정부가 정책지식을 독점하는 집권적 관료제 사회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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