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93개 상장사 여성임원 비율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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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여성 임원 선임을 늘리고 있지만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임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도 특정분야에 한정돼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나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10대 대기업 상장사 93개와 비상장사인 GS칼텍스까지 94개사의 여성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5201명의 임원 중 여성비율은 1.5%(78명)에 그쳤다.

여성 임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으로 39명이었으나 전체 임원 수(1899명)의 2.1%에 불과했다. 이어 LG그룹이 12명으로 전체 임원의 1.9%를 차지했고, 한진그룹은 7명, SK그룹과 한화그룹은 각각 6명이었다. 여성 임원의 비율만 놓고 보면 전체 임원 190명 중 7명이 여성인 한진그룹이 3.7%로 가장 높았고, 한화가 2.4%(247명 중 6명)로 뒤를 이었다.

롯데그룹은 유통업종의 특성상 여직원 비율이 50.9%로 조사대상 기업 중 가장 높았는데도 여성 임원은 신격호 총괄 회장의 큰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을 포함, 3명에 불과해 여성들이 승진하기 가장 어려운 기업으로 조사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여성 임원이 2명밖에 없었고 포스코와 현대중공업그룹은 여성 임원이 아예 없었다. 이들 그룹은 여직원 비율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여성 임원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마케팅이 35.9%로 가장 많았고 경영관리가 30.8%로 뒤를 이었다. 인사와 재무, 영업, 기술직에는 여성 임원이 없었다. 여성 임원 중 가장 높은 직급에 있는 인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까지 3명으로 대주주거나 대주주의 친척들이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재계에도 여성 인력 우대 기조가 확산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대기업에서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승진한도를 나타내는 소위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꺼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