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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13년 01월 31일(木)
명품? 장난해!… 300만원 시계가 하루 15초 틀려
수입시계 “100분의 1초까지 정확” 광고하더니…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이른바 고급 브랜드 시계라고 해서 구입했더니 길거리에서 파는 1만 원짜리 시계보다 오차가 더 났습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33) 씨는 지난해 말 결혼하면서 예물로 시가 300만 원인 스위스 유명 브랜드 태그호이어(Tagheuer) 손목시계를 받았다. 비싼 수입 브랜드 제품은 뭔가 다를 것이라던 김 씨의 기대는 채 1주일을 가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1만 원짜리 시계에서도 나지 않았던 시간 오차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1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별도로 조정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 김 씨는 제품을 구입했던 백화점 매장을 찾아가 이 같은 내용을 항의했지만 직원으로부터 “당연한 현상”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백화점 매장 직원은 오히려 “자동 시계는 원래 하루 마이너스 5초에서 플러스 15초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며 정상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시계를 고를 때 봤던 제품 광고엔 시간이 정확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사진과 표현뿐이었다”며 “비싼 돈을 주고 산 뒤에야 오차가 있다는 사실을 들으니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비싸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해외 수입 브랜드 시계들이 제품 광고에선 정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론 정상보다 20초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요 수입 브랜드들은 제품 광고에 이 같은 사항을 명시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1일 기자가 고가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수입시계 매장을 방문해 시계의 오차 여부에 대해 문의한 결과 롤렉스,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위블로, 스와치 매장 직원들 모두 “오차는 정상적으로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한 달이면 5분 정도 오차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손수 수정을 해줘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시계 브랜드의 광고를 살펴보면 자연적인 오차가 있다는 표현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오히려 “100분의 1초마저 정확하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초침이 정확히 시계의 중앙을 가리키고 있는 제품 사진을 등장시키며 정확성을 강조하고 있다. 해외의 유명 연예인들을 동원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의 허영심마저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스와치그룹코리아 관계자는 “자동시계는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미세한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처음엔 오차가 거의 없더라도 장기간 사용 시 부품이 마모되거나 관리가 미흡한 경우 오차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오차가 없다는 내용의 광고는 광고적 표현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 수입시계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백화점의 수입 시계 매출도 높은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2010년 수입 시계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5.2%, 2011년은 26%나 됐다. 또 지난해 해외 수입브랜드 전체의 매출신장률이 12%로 감소했는데도 수입시계 전체 매출신장률은 20.6%로 20%를 웃돌기도 했다. 이처럼 수입 시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다 보니 캘빈클라인,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DKNY 등 해외 패션 브랜드들도 일제히 손목시계 시장에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시계기업인 로만손 관계자는 “시계가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하자 브랜드 매출을 키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패션 업체들이 하나둘씩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대부분 중국에서 저가로 생산한 후 전세계 판매망을 통해 판매하다 보니 점점 시계의 품질은 떨어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도 “시계를 취급하는 해외 패션 브랜드들 다수가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을 선호하지 않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이들 업체들이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수입 브랜드임을 앞세워 영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도 덕분에 해외 시계업체들의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들의 국내 사회공헌은 저조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메가 등 고급 시계를 수입하는 스와치그룹코리아는 2011년까지 최근 7년간 기부금이 없었다. 카르티에 같은 최고급 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코리아는 2011년 매출액 3359억 원으로 2010년(2432억 원)보다 38.1% 늘었지만 기부금은 같은 기간 744만 원에서 157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롤렉스 시계로 유명한 한국로렉스는 2011년 7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2010년(560억 원)보다 28.5% 증가했지만 기부금은 같은 기간 3500만 원에서 3700만 원으로 200만 원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한편 이 같은 해외 수입 시계들의 득세가 오히려 국내 시계업계에 기회라는 주장도 있다. 정혜정 로만손 마케팅팀 대리는 “시계시장이 커져 인기 브랜드가 많아지자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디자인이나 가격, 기술 면에서 여러 브랜드를 비교하면서 신중하게 구매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로만손 같은 국산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점점 많아져 기업 입장에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노기섭·최준영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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