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용산역 개발 무산땐 ‘제2 용산사태’ 부를 수도

서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무산 위기 불똥이 주변 주택·상가 입주자와 소유주들에게로 튀고 있습니다. 특히 서부 이촌동은 용산역세권 개발 구역으로 묶이면서 6년째 재산권 행사를 못해 주택·상가 등의 가격이 급락, 반값 경매까지 나오고 있지요. 최근 경매법정에 나온 서부이촌동 A아파트 84㎡의 경우 지난해 11월 감정가 12억 원에 입찰이 시작됐지만 두 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 대비 40%가량 떨어졌습니다. 59㎡도 감정가 4억5000만 원이었지만 2회 유찰된 1월 현재 2억8000만 원대까지 하락했고요. 고점 기준으로 하면 반토막 이상이 난 셈이죠.

서부이촌동 주택값이 이처럼 추락한 것은 ‘용산역세권 개발의 굴레’때문입니다. 용산역세권 사업 통합개발 구역에 포함돼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적용을 받게 된 이주대책 대상자들은 기준일인 2007년 8월 30일 이후 사실상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지요. 더구나 보상계약 체결일까지 계속 거주해야 개발에 따른 분양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으로 인해 이사를 가지 못하는 가구도 많습니다. 이런 와중에 사업이 지연되다가 최근에는 무산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집값이 급락하고 있지요. 경매에 나온 주택이나 상가 소유자 중에는 시세보다 많은 보상을 노리고 투자한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입주민들이라고 합니다.

용산역세권 사업 정상화는 기약이 없는데 경매위기에 몰린 부동산은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높아가고 있습니다.

서부이촌동을 아예 개발 범주에서 빼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을 뿐더러 제2의 용산사태를 거론하며 서울시와 코레일, 시행사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요. 서부이촌동은 철거 대상인 대림·성원·동원·시범·중산아파트와 주변 단독주택 구역, 상가 등 다양한 재산 형태에 따라 이해관계가 얽혀 비상대책위원회만 10여 개가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용산역세권 개발이 무산될 경우 이들 단체가 경쟁적으로 소송과 시위 등 재산권 지키기 활동을 하면서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지요.

지금 서부이촌동 아파트 입주민들이나 지주들은 자신의 소중한 재산이 ‘경매 처분’될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막바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제2 용산사태가 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2009년 1월 일어난 용산사태가 이명박 정부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주지하는 것이지요. 총사업비 30조 원이 넘는 단군 이래 최대 역사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서부이촌동 보상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주요 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사업이 무산될 경우 경기회복에도 찬물을 끼얹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사업 정상화 해법’을 조기에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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