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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3년 02월 01일(金)
“北 포용 여지 스스로 허물어… 美 ‘압박밖에 없다’ 결론”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 ‘데이비드 강’ 남가주대 교수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데이비드 강(왼쪽) 남가주대 교수와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지난 1월 22일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경희궁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산책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대화에서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이미 북한의 거듭되는 거짓말과 핵 개발에 등을 돌렸는데, 한국에는 여전히 북핵에 대해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는 이들이 많아 놀랍다”고 말했다. 임정현 기자 theos@munhwa.com
▲  빅터 차(왼쪽) 교수와 데이비드 강 교수가 지난 1월 22일 밤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와인을 마시며 코리아 프로젝트의 종결을 자축하고 있다. 임정현 기자
“한국, 통일주도 의지만큼 중요한 게 中·日·러 설득작업”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네오콘의 대북강경론이 위세를 떨칠 때, 미국의 대북 압박-관여정책 논쟁을 촉발시킨 빅터 차(52) 미 조지타운대 교수와 데이비드 강(48) 남가주대(USC) 교수가 10여 년 만에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코리아 프로젝트’로 다시 만났다. 2002∼2003년 당시 차 교수는 강경파의 입장에서 ‘매파적 관여정책’(hawkish engagement)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인물이고, 강 교수는 북한에 대한 이해와 협상을 촉구하는 비둘기파의 대표주자였다. 그런데 이들이 공동으로 추진한 코리아 프로젝트는 한반도 통일, 그러니까 북한의 소멸을 전제로 한 연구작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강 교수가 차 교수의 입장으로 동화된 것일까, 아니면 북한의 고집불통 대결주의가 국제사회의 대북온건파 기반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일까. 코리아 프로젝트 세미나를 위해 방한한 두 사람을 지난 1월 22일 만나 얘기를 나눴다. 나이에 따라 선후배 구분이 엄격한 한국과는 달리, 이들은 네 살 차이에도 불구하고 단짝친구 같았는데 얘기가 진행되면서 차 교수는 시종일관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동생’을 배려하는 자세를 보였고, 강 교수는 ‘형’과 함께있다는 든든함 때문인지 좀더 적극성을 보였다. 두 사람과의 유쾌한 대화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된 코리아 프로젝트 3차 세미나 중간중간에 진행된 데 이어 이날 밤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캘리포니아 와인을 하며 이뤄졌다.

―어떻게 이렇게 대담한 프로젝트를 하게 됐나요.

◆데이비드 강 교수(이하 강)=“아마도 2010년인 것 같네요. 차 교수와 나는 한·미 양국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했어요. 한편에서는 북한 붕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레짐 체인지를 얘기할 뿐, 그것이 올 경우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인식에서 진짜 통일이 되면 무엇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보자는 데 의기투합을 하게 됐어요.”

강 교수가 얘기하자 빅터 차 교수가 말을 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친구처럼 “데이비드” “빅터”라고 이름을 부르는데, 차 교수는 웃으면서 “나는 나이 오십이 넘은 이후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는데 데이비드는 역시 아직 젊어 나보다 많은 것을 잘 기억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럼 제안은 누가 먼저 한 것인지?

◆빅터 차 교수(이하 차)=“데이비드.”

―어떤 계기에서 이런 제안이 나온 것인가요?

◆강 =“2010년 8월 주한 미대사관 모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얘기 끝에 ‘어떻게 이렇게 통일에 대한 대비가 없을 수 있느냐, 우리가 한번 함께 해보자’고 했죠. 그래서 시작했어요.”

◆차 =“그런 것 같네요.”

◆강 =“한·미 양국은 당장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누구도 5년 내지 10년 내 무슨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통일은 어떻게 시작돼서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될까, 통일국면에 공공보건은 어떻게 해야 하고 교육은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 행정, 환경, 농업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뤄보기로 한 것입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는 아주 단기 계획뿐이거든요. 북한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북한과 동독상황을 얘기했는데 세상에는 한반도 통일과정에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전을 겪은 나라, 인종갈등, 난민갈등을 겪은 나라들에서 얻을 게 훨씬 더 많을 수 있죠. 이라크의 종족 갈등,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갈등은 어떻게 해소됐고 분쟁지역의 난민 이주 문제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갈등하는 집단 간의 진실과 화해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생각하며 접근한 것입니다. 북한이 붕괴될 경우 100만∼200만 명의 탈북자들이 난민화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럴 경우 소말리아나 보스니아의 난민문제에서 뭔가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난 2년간 우리는 보스니아나 소말리아, 이라크, 남아공 전문가들에게서 인종갈등, 종파갈등, 난민문제 등을 어떻게 해소했는지에 대해 발제를 하게 한 뒤 이것을 갖고 북한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하는 형식으로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는 그간 세계 각국의 학자 50여 명이 참여했는데 이번 서울 회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가 북한의 변화,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통일의 시점과 과정에 대한 주변국들의 인식은 어떤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닌데.

◆강 =“그렇긴 합니다만 한반도 통일의 전반적인 이슈에 대해 포괄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앞으로는 좀더 구체적인 이슈로 들어가야 하겠죠. 예컨대 남북한에 대한 국제법적 규정은 어떻고, 북한에 변화가 있을 경우 국제법에 의거해 어떻게 해석될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죠.”

―코리아 프로젝트 같은 일은 한국 정부나 싱크탱크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강 =“물론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연구를 하지 않습니다. 통일부의 경우 장관이 자주 바뀌는 데다가 정부 관료들의 경우에도 장기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하루하루의 일상업무 관리에 주력하기 때문에 장기 플랜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죠. 정부의 연구기관 등도 크게 다르지 않아 우리가 무모하게 강행한 것입니다.”

―정말 용감하네요.

◆강 =“만일 다른 싱크탱크들이 시작했다면 우리가 안 했을 것입니다. 누구도 이런 일을 생각지 않아 시작한 것인데 북한 연구학자만의 상상력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공조작업을 하면서 한반도 통일의 전체 이미지를 만들어본 것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 여름 구상을 한 뒤 2011년 여름 첫 회의를 했고, 2012년 가을을 거쳐 이번이 세 번째 회의인데, 이번 회의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차 =“로스앤젤레스에서 회의를 할 때 우리는 사하라 이남 이주문제에 대해 2시간 이상 토론했는데 아마 그런 식의 얘기를 서울에서 진행했다면 ‘도대체 이런 문제가 왜 우리와 상관있는 것이냐’라는 얘기가 단번에 나왔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에서 그런 전문적인 대화를 진행하면서 언론에는 그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서울회의에서는 좀더 시야를 넓혀 한국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등을 다룬 게 특징입니다.”

◆강 =“그간 공중보건, 난민문제, 교육 등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주변국들의 반응과 전망을 다뤘습니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일본은 어떻게 한반도 통일을 생각하고 이들 나라들과는 어떤 협력을 해야 하는가가 핵심입니다. 중국의 경우 북한 붕괴 시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과 국경을 맞대게 된다는 점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그것은 곧 중국인민해방군과 미군의 대치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특히 북한의 붕괴는 물론, 남한으로의 통합도 원치 않는 상황이라 한국이 좀더 리더십을 갖고 장기적으로 중국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러시아도 한국이 설득해야 하는 나라인데, 러시아는 북한과의 국경문제에 대해 민감합니다. 그러니 러시아와 북한이 맺은 국경관련 협정 등은 통일 이후에도 한국 정부가 존중할 것이란 확신을 주면서 러시아를 설득해야 합니다. 한국의 주변국 중 아마도 일본은 통일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한국이 일본의 도움을 원치 않을 수 있습니다. 민족감정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본의 도움은 아주 긴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주변국가들과의 관계를 잘 조율하면서 공감대를 넓혀가려면 한국이 선제적이고 전향적인(proactive)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한국이 진실로 통일을 원한다면 통일을 위한 가이드 라인, 즉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 일본을 안심시키기 위한 외교적 가이드 라인을 우선 만들어야 합니다. 서독의 경우 통일에 앞서 소련, 미국과 아주 많은 협상을 했습니다. 그 결과 통일독일이 소련에 위협적이지 않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게 됐고, 소련은 독일의 통일을 승인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처럼 통일기반 조성외교를 진척시켜나갈 때 북한은 반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미묘한 문제를 피해가면서 외교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게 박근혜 정부 어깨 위에 드리워진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 =“데이비드가 말했듯이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 아주 신중한 편이고, 우려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일본의 경우, 한·일 간에 민족감정이 있긴 하지만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일본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아주 조건적으로 많이 얘기하는 경향이 강하고 북한과의 연계성이 있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주 단순하게 말해 ‘통일은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데 이런 의지를 앞세우기 전에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움직임과 입장에 대해 잘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난 뒤 소회는? 막연하던 한반도 통일의 전체상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까?

◆차 =“노(NO).”

◆강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려운 것 같네요. 다만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 한반도의 위기에 대해 좀더 이해를 했고 그런 모든 쉽지 않은 과정에 대해 한국의 역대 정부가 어떠한 자세로 접근했느냐 하는 문제 등을 더 생각하게 되더군요.”

―한국에서는 누구나 통일을 얘기하지만, 좀더 얘기를 진전시키면 통일과정에 대한 두려움, 혼란이 일어날 것에 대한 공포 같은 것이 있는 게 사실인데.

◆강 =“물론 공감해요. 사람들이 누구나 통일을 얘기하지만 그것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선택은 북한이 붕괴했을 때 우리가 뭘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그런 것을 상정한다는 게 공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북한이 붕괴했을 때 한국이 관여할 수 있는지, 중국은 얼마나 관여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다양한 각도에서 준비를 해놓았느냐 아니면 그저 발생한 사태에 대해 즉자적으로 반응할 것이냐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좀더 엄밀한 플랜을 갖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는 게 필요하겠죠. 북한붕괴든 한반도 통일이든 간에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좀더 선제적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결론입니다.”

―3차에 걸친 토론을 정리하는 일로 코리아 프로젝트가 완결되면 2탄으로는 어떤 작업을 할 계획이신지요.

◆차 =“한반도 통일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했으니 이제는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 미국의 차세대 학자와 공공정책 연구자들에게 어떻게 좋은 연구환경을 제공하고 멘토활동을 할지에 대해 모색할 생각입니다.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있는 20∼30대 전문가, 퍼블릭 지식인들이 한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일, 그리고 한국에 대한 여러 연구분야에 대해 가이드 역할을 하는 일에 대해서 프로젝트를 하려고 합니다. 곧 워싱턴에서 저와 데이비드, 그리고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대사와 만나 구체적인 얘기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차 교수와 강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처음 만난 것으로 아는데.

◆강 =“내가 20대 후반 한반도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 모든 사람들이 ‘빅터 차’ ‘빅터 차’ 얘기를 했었어요. 그래서 도대체 빅터가 누구인가 알고 싶었는데 서울에서 처음 만났죠.”

◆차 =“그때 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서울에 와 극동문제연구소에 있을 때인데 데이비드가 왔죠.”

◆강 =“빅터는 ‘아주 눈치가 밝고’(우리말을 조금 하는 데이비드는 이 부분을 우리말로 표현했다), 글도 잘 쓰고, 정책적 판단도 아주 빨랐어요. 반면 저는 아카데믹한 훈련만 받아선지 그런 게 낯설었던 상황이었죠.”

강 교수의 말대로 차 교수는 정세분석 및 정책개발, 평가서 집필에 타고난 능력이 있는 반면 강 교수는 국제정치학 관련 학술논문 집필 쪽에 더 뛰어나다. 한반도 및 북핵문제를 연구하는 국제정치학자라는 점에선 같지만 서로의 특장영역은 다른 셈이다. 그런 차이는 이후 더욱 더 뚜렷해졌다. 차 교수는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아시아 담당관을 거치면서 동부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한반도 전문가로 성장했고 강 교수는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향력 높은 중견정치학자가 됐다. 미국에서 두 사람은 ‘한인 2세 출신 한반도 전문가 빅 투(Big Two)’로 불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취임식을 지난 1월 21일 했는데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떨 것으로 예상합니까?

◆강 =“미국 행정부는 대북 봉쇄(containment) 정책을 취한다는 데 컨센서스가 모아져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향적으로 나서서 북한의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관한 한 아주 적은 에너지를 투입할 것이고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취할 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만약 앞으로 한국의 박근혜 정부가 일정한 정도의 대북 관여(engagement) 정책을 추구한다면 지지할 것이고 한국과 긴밀한 접촉을 원할 것이겠지만 미국이 나서서 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차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2003년 ‘북핵퍼즐’(원서명 Nuclear North Korea)을 펴낼 때 강 교수는 비둘기파적 입장에서 대북관여 정책을 촉구했고 차 교수는 매파적 입장에서 관여정책을 제안했는데 두 사람의 시각에 이제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군요.

◆강 =“우리들의 시각이 수렴된 측면도 있지만, 미국의 대북기류 자체가 변했습니다. 대북정책에 대한 워싱턴의 컨센서스는 ‘북한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협상을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하겠지만 미국이 뭘 제안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좀더 전향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경우 지지는 할 것으로 봅니다.”

◆차 =“그렇다 해도 오바마 행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북한이 어떤 결과를 합의하든 간에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상관하지 않겠다’(we do not care)는 입장인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가 모두 대화파라는 점에서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데.

◆ 차=“글쎄… 미국이 먼저 대화를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합니다.”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는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인가요.

◆차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 후 얼마나 대북대화를 원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미국은 그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준비를 하겠지만 그 경우에도 미국은 적극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북핵위기가 가속화하면서 중국은 다시 6자회담 재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차 =“6자회담을 한 것이 벌써 4년 전이네요. 6자회담 프로세스가 완전히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도 보지 않습니다.”

◆강 =“중국이 6자회담 재개론을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라고 생각합니다. 6자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동력도 없기 때문에 실제 성사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럼 지금 한국 정부는 뭘 해야 한다고 봅니까? 만약 박 당선인이 두 분께 자문을 한다면, 어떤 답변을 하실 수 있을까요?

◆차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든, 장거리 미사일을 다시 발사하든 간에 현 국면은 참으로 어려운 상태입니다. 뭘 시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게 힘들어진 상황이죠.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 아마도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지하게 얘기하는 것인가요?

◆강 =“빅터에게 와인이 더 필요한 것 같네요.”(웃음)

◆차 =“아니 중국이 주장하지 않습니까. 북한이 미국의 위협 앞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니 자꾸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북한이 원하는 것, 말하자면 평화협정을 하고 북한을 외교적으로 인정해 주면 북한이 핵포기하겠다고 하니까 그것이라도 해보는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입니다.”

◆강 =“북한이 외교관계를 원하면 미국이 수교를 할 수도 있고, 그것이 바로 평화협정 프로세스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미국이 그런 것을 진전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빅터의 말을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차 =“한국의 일부 인사들과 중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을 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하는데 현 시점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뭔가 다른 접근을 해야 하는 단계라고 봅니다. 제재를 강화하든, 평화협정을 하든, 북한 내부에 좀더 많은 정보를 집어넣든 간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두 분 말씀은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면이 지났고, 한·미 양국이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한다는 얘기로 해석되는데.

◆강 =“저는 지난 몇년간 포용적 관점에서 북한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토론해왔는데 아무것도 이뤄진 것은 없습니다. 지루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한에 대해 아주 지쳤다고 할까요. 북한에 대한 압력이나 제재도 별 성과를 내지 못했고,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도 문제를 푸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실제적으로 말하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북한과 수많은 토의와 협상이 진행됐지만 그 어느 것도 실현된 게 없다는 말이죠. 뭘해도 북한의 체제 안정성은 유지됐고, 북한은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냉전시대 긴 대치 과정이 있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그간 우리는 북핵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경제나 인권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는데 그것도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몇년, 몇십년 동안 똑같은 제자리걸음 속에서 대화를 해왔는데 이제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차 =“세월이 가면서 데이비드는 점점 대북강경파가 되는 반면, 저는 점점 대북온건파가 되는 것 같네요.”(웃음)

◆강 =“그게 아니고 저는 새로운 대북해법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핵문제로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니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해선 기대감이 없는지.

◆차 =“김정은은 어떤 개혁도 추구할 것 같지 않습니다.”

◆강 =“우리가 밖에서부터 개혁을 촉구하고 푸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제1위원장이 스타일을 바꾸려 하는 것 같은데.

◆강 =“앳된 부인을 대동하고 다니는 측면에서 스타일 변화는 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최근 방북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딸 소피는 북한이 거대한 트루먼쇼의 현장 같다는 평을 했는데.

◆강 =“맞아요. 정확한 표현입니다.”

―두 분은 10년 전 강경파, 온건파의 입장에서 북한 이슈를 다루며 논쟁을 해왔는데 이제 견해차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강 =“2002년 상황과 요즘을 비교해보면 10년 전 미국에서는 북핵문제가 협상으로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류가 강했고, 저도 그때엔 낙관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서는 그런 낙관론이 없어졌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진보진영 학자들은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선 대북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는데.

◆강 =“노(NO).”

◆차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유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차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지만, 저는 이 대통령이 외교안보적으로 아주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는 국제적인 리더이고, 미국에서는 아주 존경을 받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핵안보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도했고, 녹색성장 등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한국 밖에서는 모두들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라고 평가하고 존경합니다. 한국 내에서만 인기가 없는 셈입니다.”

◆강 =“이 대통령의 인기는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아주 높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질시가 강한데 아마도 그것은 그의 대북정책이 너무 강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대북강경파적 입장 때문에 그의 외교안보적 유산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셈이죠.”

―한·일 간 주기적으로 갈등이 일고 있는 독도 문제의 해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 =“일본이 한국과 중국, 러시아와 영토문제에 대한 클레임을 거는 것은 스스로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방어적인 태도죠. 한국과 일본은 국가적 지향성이 서로 다르게 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래 지향적인 개방주의로 나아가는데 일본은 아주 방어적이고 국가적 비전을 갖지 못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일이 자연스러운 동맹국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두 국가의 지향성이 서로 다르게 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예컨대 2001년 미국대학에는 한국유학생 4만 명, 일본유학생 4만5000명이 있었는데 2011년의 경우 한국유학생은 8만 명으로 늘어난 반면 일본 유학생 수는 1만9000명으로 줄었습니다. 한국은 점점 외부지향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지만 일본은 점점 내부지향적이고 폐쇄적인 상태로 흐르는 것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에서 국수주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 =“데이비드의 말에 덧붙일 게 없네요.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에 대해선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봅니다. 일본 국내에서 영토문제 등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것을 한국이 심각하게 생각해 과잉대응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강 =“맞아요. 빅터의 말처럼 한국이 최대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세상이 다 알고, 국제사회에서도 심각하게 보기 때문에 한국은 최대한 기본적으로 필요한 대응만 하고 과잉반응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차 =“일본의 극우정치인들이 펴는 주장은 무시해버리는 게 상책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의 아시아 복귀를 주창하며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론을 펴고 있는데 얼마나 중요하게 봐야 하는 걸까요?

◆강=“부분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외교적 레토릭이라고 생각합니다.”

◆차 =“미국은 아시아에서 물러난 적이 없어요.”

◆강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복귀정책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화학적으로 아주 잘 맞는 사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인데 박 당선인이 오바마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차 =“박 당선인은 아주 매력적(charming)인 분이고, 정상 간의 외교적 기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임 후 가능한 한 빨리 워싱턴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한·미 양국의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가슴을 열고 얘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봅니다. 이명박 시대 한·미 동맹이 워낙 굳건히 다져졌기 때문에 박근혜-오바마 시대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musel@munhwa.com

▲빅터 차 = 1961년 뉴욕생.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출신 아버지, 줄리아드음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졸업 후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경제학 석사학위,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타운대 정치학과 교수 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적대적 제휴-한·미·일의 3각안보체제’ 등이 있다.

▲데이비드 강 = 1965년 캘리포니아생. 북한 정주 출신인 물리학자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했고 버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트머스대 교수를 역임한 뒤 남가주대(USC) 교수 겸 한국학연구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중국의 부상(China Rising)’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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