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없어 소음도 ‘제로’ 수소전지차 ‘투싼ix ’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3년 새해 들어 차세대 친환경 차량인 수소연료전지차(FCEV)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순수 전기차(EV), 하이브리드차(HEV), FCEV 등이 차세대 친환경 차량의 ‘맹주’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토요타, BMW,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이 FCEV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합종연횡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이에 맞서 세계 최초로 울산공장에 FCEV 1000대를 양산할 수 있는 전문 생산라인을 구축, 오는 4월 덴마크와 노르웨이에 17대의 FCEV를 수출할 예정이다.

지난 1일 현대·기아차 마북연구소에서 수출을 앞둔 투싼ix FCEV(사진)를 운전해 봤다. FCEV는 수소와 산소가 화학적 결합을 할 때 발생하는 전기를 동력으로 쓰기 때문에 배출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깨끗한 친환경 차량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운전해 본 FCEV는 친환경성보다 조용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 더 놀라게 했다.

마북연구소 주변 자동차 전용도로를 시속 100㎞ 이상 달렸지만 풍찰음과 타이어의 마찰음 외에는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차량에 동승한 김세훈(박사) 책임연구원은 “엔진이 없기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 소리와 진동에 묻힐 수 있는 잡소리도 FCEV에서는 다 들릴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설계과 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관리해 세단보다 정숙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136마력(100㎾)의 힘을 발휘하는 투싼ix FCEV의 최고 속도는 시속 160㎞, 최대 주행거리는 600㎞에 육박한다. 수소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고도 남는다. 충전 시간은 3분이면 충분하다.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에 한계가 있어 겨울철에 전기를 사용하는 히터를 켜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FCEV는 이런 걱정이 없다.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스택’이 전기와 함께 열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스택은 섭씨 65도에서 화학적 반응이 가장 잘 일어나기 때문에 부동액과 라디에이터로 온도를 조절한다.

기어를 바꿔주는 변속기가 없는 것도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점이다. 대신 모터의 회전속도를 10분의 1로 줄여주는 감속기가 달려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모터 회전 속도가 너무 빨라 그대로 바퀴에 전달되면 헛바퀴가 돌 정도”라며 “우선 모터 회전 속도를 줄인 뒤 모터에 공급하는 전기량으로 속도를 조절한다”고 말했다. 힘이 부족할 때는 예비용 배터리에 저장돼 있는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다.

FCEV는 순간적인 힘을 발휘하는 토크가 엔진 차량보다 좋아 순간 가속력이 뛰어났다. 가속페달을 밟자 뒤쪽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힘이 느껴지며 금세 시속 100㎞ 이상이 나왔다. 가속능력이 뛰어난 만큼 급가속과 급제동이 많은 도심 구간에서도 뛰어난 연비를 자랑한다

투싼ix FCEV는 스택과 산소·수소 공급 장치, 모터, 감속기, 차량 제어 시스템 등 핵심 장치들이 기존 엔진 차량의 엔진룸 부분에 모두 장착돼 있다. 부품을 차량 밑부분에 배치하는 다른 경쟁업체보다 앞서 소형화와 모듈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 차량은 시속 80㎞ 이상의 후방 충돌 실험은 물론, 차체에 불을 지른 화재 실험을 거치는 등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의 안전기준을 모두 통과했다. 충돌과 화재 속에서도 차체 뒤쪽에 장착된 수소연료 탱크가 폭발하지 않았다.

연구소 측은 가솔린 차량과 CNG 차량이 처음 나왔을 때도 안전성을 우려했지만 지금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FCEV의 안전성에 대한 걱정은 기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들도 적지 않다.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 단계라 대당 가격이 1억 원을 호가하는 등 비싼 가격이 문제다. 업계에서는 2020년쯤 FCEV 가격이 일반 가솔린 차량의 1.2배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FCEV 시장 규모도 2015년 5만5000여 대, 2018년 21만여 대, 2020년에는 38만여 대로 급성장하면서 1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2015년쯤 연간 1만 대 수준으로 초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업체들은 2014년을 전후로 다양한 형태의 FCEV 차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장치인 스택의 내구성이 10년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고성능 스택이 개발되면 내구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FCEV는 수소 충전소 등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석유고갈과 친환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차세대 차량”이라며 “현재 전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14개가 설치돼 있는 충전소가 2015년까지 전국 43개로 확대된다면 FCEV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