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경호실장·안보실장 인선>장관 인선 ‘0’… 신·구 각료 당분간 ‘동거’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8일 정홍원 국무총리 지명자를 발표함에 따라 설연휴가 끝난 직후 장관 인선 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정 지명자와 상의를 거쳐 이르면 12∼13일쯤 장관 지명자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식 날인 25일에 장관 임명을 완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여서 자칫 새정부 출범 뒤 현정부 각료들과 일을 같이하는 ‘이중 동거 정부’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해 장관 인선도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회가 예정대로 오는 14일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전제하고 박 당선인 측은 법안 통과 즉시 장관 지명자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무리 없이 일정이 진행돼도 장관 후보 청문회가 25일까지 끝나기는 쉽지 않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 요청을 받으면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끝내면 된다. 박 당선인이 장관 후보자를 최대한 빨리 지명하더라도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는 18일 정도에나 열릴 수 있다.

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 요구를 청문회 개최 5일 전에 하게 돼 있기 때문에 청문회는 23일부터 시작이 가능하다. 23∼24일이 휴일인 것을 감안하면 청문회는 25일부터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대통령 취임식까지 장관 임명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현실적으로 2월까지 장관 임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전 이명박정부 출범 때도 장관 인사청문회가 취임식 후인 27∼28일에 개최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국무회의가 노무현정부 총리와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기도 했다. 올해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이 늦어지거나 박 당선인의 장관 인사 검증이 늦어지면 자칫 장관 임명이 3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 논의는 여야의 입장차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통합당은 방송 진흥 업무, 대학 산학협력 기능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통상 기능을 산업 부처로 옮기는 안도 반대가 만만치 않다.

정부조직법 개정이 늦어지면 박 당선인이 장관 후보자를 낙점하더라도 발표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 5년 전에도 정부조직법 국회 처리가 늦어지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몇 차례 발표를 미루다 정부 출범 1주일 전인 18일 장관 후보자들을 발표했다. 박 당선인 측의 사전 검증에서 장관 후보자로 생각했던 인사가 탈락하는 경우가 생기면 인사 일정이 계속 늦어질 수 있다.

장관 후보자가 발표된 이후 언론 검증과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다면 상황이 더 꼬일 수 있다. 이명박정부 출범 때도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낙마했고 통일부·환경부 장관 등이 3월 11일에야 임명됐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