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집행위원 14명중 3명 한국서 명예박사… 절반이 ‘친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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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레슬링을 퇴출후보로 결정한 데 대해 가장 충격을 받은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레슬링 강국인 데다 태권도의 올림픽 잔류 결정으로 가라테의 진입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에 이중의 충격을 받았다.

14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일본레슬링협회의 후쿠다 도미아키(福田富昭·71) 회장은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근대5종, 태권도에 비해 로비 활동이 뒤졌던 것이 ‘패인’”이라면서 “이번 IOC 집행위원 중에는 국제근대5종연맹의 부회장인 후안 사마란치 2세와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윌리 칼슈미트 윤리위원장이 포함됐다”고 언급했다. 레슬링의 퇴출과 태권도의 잔류가 결국 스포츠 외교의 패배임을 자인한 것이다.

이번 IOC 집행위원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그동안 한국 스포츠 외교가 어떻게 태권도를 잔류시킬 수 있었는지, 또 레슬링이 왜 희생양이 됐는지를 알 수 있다. 후쿠다 회장이 언급한 칼슈미트 과테말라 IOC 위원은 WTF의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래저래 태권도에 우호적인 인물이다. IOC의 차기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왈 엘무타와켈(모로코) IOC 부위원장은 인하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고, 역시 IOC 부위원장인 크레그 리디(영국)는 건국대에서, 르네 파젤(스위스) IOC 위원은 한양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부 지원으로 창립된 국제스포츠협력센터(ISC)는 지난해 세르미앙 응(싱가포르) IOC 수석부위원장, 우칭궈(대만) IOC 집행위원, 엘무타와켈 부위원장을 초빙해 두 차례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한국과 이런 인연을 갖게 된 인사들은 결국 한국 스포츠의 우군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과 ‘로드 투 런던 프로그램’ 후원 협약을 맺었다. 개발도상국 올림픽 참가 복싱선수 및 스태프들에게 경비를 지원한 것. 이에 대해 IOC 집행위원인 우칭궈 AIBA 회장은 대한항공에 심심한 감사를 표시했다. 지난해 국기원시범단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남아공 2012 스포츠 대상’ 시상식에서 태권도 공연을 펼쳤다. 남아공의 샘 람사미 IOC 집행위원이 좋은 인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언론은 14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을 만나 올림픽 종목에서 태권도 잔류를 당부했다”는 뉴스를 다시 언급하며 스포츠외교에서 태권도가 살아남은 이유를 찾고 있다.

한편 이번 결정에서 IOC 집행위원 14명(자크 로게는 불참) 중 유럽 국가 소속이 8명이었고 레슬링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일본의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레슬링이 왜 퇴출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