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소통 없는 의사들의 ‘불편한 진실’

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데이비드 뉴먼 지음, 김성훈 옮김 / RHK

미 뉴욕 세인트 루크-루스벨트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의사인 저자는 어느 월요일 배가 아파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구급차로 실려온 어머니 얘기로 책을 시작한다. 동료 의사에게 부탁해 혈액검사와 복부 엑스레이, 심전도 검사, 복부 CT, 초음파 등 모든 검사를 실시했으나 정상으로 나왔고 별다른 치료도 하지 않았는데 복통은 차츰 가라앉았다. 세 시간 동안 저자의 어머니를 진찰했던 동료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도무지 원인을 모르겠다. 그냥 ‘복통’이야”라고 말했다.

어머니에 대한 진단은 ‘감별 불능 복통’이었는데, 이는 정확히 말하면 ‘진단 불가’라고 해야 옳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또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 가운데 40% 정도는 이 같은 ‘감별 불능 복통’이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이처럼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소화성 궤양’ ‘대장염’ 등의 임시 진단을 내린다고 한다. 복통의 임시 진단 가운데 제일 흔한 것이 위 안쪽 벽에 생긴 염증을 말하는 ‘위염’이다. 하지만 응급실이나 개인병원에서 위염의 확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시경 검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수많은 진료와 임상 사례에 기반해 현대 의학을 차분히 진단하고 환자와 의사 사이의 오랜 반목과 오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에서 저자는 우리 모두 ‘의사도 모르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의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손마디를 꺾을 때 소리가 왜 나는지조차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의학과 기술의 발전 속도 못지않게 의사가 알지 못하는 것들도 나날이 방대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의사들 가운데서는 실험하고 혁신하려는 의지 없이 관례대로 시행해오는 치료법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환자는 의사가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자기 질병의 원인이나 경과, 치료법 등에 대해 의사에게 당당하게 질문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실제로 책의 뒤쪽에는 병원을 방문하거나 의사에게 진료받을 때 기억해야 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환자를 위한 지침’이 실려 있다.

신경외과 의사도 믿지 않는 척추수술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며 저자는 현재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는 찢어진 추간판(등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해주는 연골)에 대한 외과 수술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 성공률이 10%에 지나지 않는 심폐소생술의 사례를 들며, ‘무엇이 효과 없는 치료’이고 ‘무엇이 필요한 치료’인지 의사와 환자의 중간자 입장에서 공정하게 판단해준다. 유방 엑스레이의 효과가 전무함을 나타내주는 ‘치료 효과 발현의 필요 증례수(NTT)’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환자의 오줌을 직접 맛보기까지 했다. 환자를 대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진심과 소통을 오늘날 의사들이 회복해야 한다는 게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