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프리미엄’ 女보다 男이 더 많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매력 자본 / 캐서린 하킴 지음, 이현주 옮김 / 민음사

매우 독특한 책이다. 한마디로, ‘매력을 삶의 무기로 삼아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시 말해 외모를 비롯, 섹시한 몸, 사교술과 유머, 패션, 심지어 이성을 다루는 테크닉에 이르기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매력’을 한껏 가꾸고 이를 사회생활에 써먹으라는 얘기다. 얼핏 들으면 철저한 외모 지상주의의 교리를 전하는 듯하다. 그러나 단순히 능수능란한 처세술을 가르치는 책은 결코 아니다.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매우 논리적으로 주제를 펼치고 있는 책이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매력’을 제4의 자산으로 꼽는다. 흔히들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자산으로 경제 자본(돈), 문화(인적) 자본, 사회 자본 등을 든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1983년 내놓은 이 개념들은 무척 유용한 것으로 입증됐다. 경제 자본은 돈이나 토지, 재산처럼 재정적인 이득을 발생시키며 사람들이 이용하는 자원과 자산의 총합이다. 문화 자본은 경제학자들이 규정하는 인적 자본, 즉 노동시장에서 소득을 얻는 데 이용할 수 있는 교육상의 자격이나 훈련, 기술, 근무 경험 등이다. 여기엔 문화적 지식과 소양까지 포함된다. 사회자본은 한 사람에게 유용한 연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집단이나 일족을 통해 얻는 실제 자원이나 잠재적 자원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4의 자산’으로 내세우는 매력 자본은 무엇인가. 저자는 “매력 자본은 아름다운 외모, 건강하고 섹시한 몸, 사교술, 카리스마, 패션을 통한 자기표현 기술, 성적 능력과 임신 능력 등 여러 가지 면을 지닌 가장 복잡한 개인 자산”이라며 “다른 자본과는 달리 요람에서부터 계속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잘 보이지 않더라도 심오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매력적인 사람들은 친구, 애인, 동료, 고객, 의뢰인, 팬, 추종자, 지지자, 후원자로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이 과정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적용된다. 저자에 따르면, 실제로 ‘외모 프리미엄’은 공적 생활을 하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이 프리미엄은 직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10∼20% 정도 소득을 증가시키며 취업과 승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처럼 중요한 ‘매력 자본’이 그동안 왜 주목받지 못했을까. 저자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매력 자본이 더 많기 때문에 남자들은 그 같은 자본이 존재한다거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인해 왔다는 것이다. 나아가 여자들이 자신의 이점을 정당하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장해 왔다는 것. 예컨대 자신을 가꾸고 성적으로 어필하는 여성에게 ‘백치미’, ‘여우짓’ 등의 꼬리표를 붙임으로써 여성의 매력 자본을 사소한 것으로 억눌러 왔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저자가 말하는 매력 자본은 단순한 외모 지상주의와 다르다. 무턱대고 성형 수술을 권하지도 않는다. 단지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면적인 매력 요소를 폭넓게 인정하고, 각자 그것을 발견해 열심히 갈고 닦는다면 성공에 이르는 든든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말하는 매력이 결국 겉으로 드러나는 매력에 한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또 다른 형태의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