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1권은 어패류 밥상… 2권선 국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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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강산 1,2 / 박정배 지음 / 한길사

봄이면 문어를 따라 / 여름엔 냉면에 빠져
가을엔 전어를 쫓아 / 겨울은 꼬막에 흠뻑

그의 ‘식행(食行)’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국수는 행복의 음식’이라며 책 한 권 가득 흥미진진한 국수 얘기를 긴 국수가락처럼 풀어놓는다. 겨울 진해만의 입큰 손님, 바닷장어의 풍성한 미각도 그의 손끝에서 살아난다. 총 5권으로 완성될 이 책은 국토산하를 누비며 써내는 음식대장정, 음식로드라고 할 만하다. 저자는 봄이면 문어를 따라, 여름이면 냉면에 빠져, 가을이면 전어 냄새를 맡으며, 겨울에는 꼬막과 굴을 쫓아 이 땅을 떠돌며 미각의 모험을 만끽했다.

경주와 포항 지역에서 먹던 과메기와 동해안 사람들이 먹던 도루묵 같은 음식이 이제는 전 국민의 음식이 됐다. 대한민국의 바닷가 마을과 산골 오지 또는 대도시 어디라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면 어김없이 독특한 음식문화가 존재하고, 새로운 음식문화가 생겨난다.

한국의 음식문화는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향해 변화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복합체다. 실체를 온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 대강의 모습을 그려 보고자 전국을 돌고 또 돌았다. 저자는 두 발로 국토 현장을 누비면서 직접 맛을 보고, 두 눈으로 실체를 확인하며 옛 자료를 섭렵해 가며 우리 음식의 기원과 뿌리를 촘촘히 추적했다.

1권 ‘바다의 귀한 손님들이 찾아온다’에서는 거친 바다에 삶을 의탁해 살아가는 어민들과 그들이 잡아 올리는 각종 생선, 어패류로 잘 차린 글의 밥상이라 할 만하다. 해양오염과 기후변화, 인간의 남획으로 황폐해지는 바다를 생각하면 생선은 바다의 ‘진객(珍客)’인 셈이다. ‘글의 생선’이라는 우아한 이름을 지니고 있는 문어. 저자는 늦은 밤 죽변항에서 문어숙회를 먹었을 때의 흥취를 전하고 있다. 그는 “묵은 김치와 함께 무쳐낸 문어숙회는 제법 궁합이 맞다”고 칭찬한다. 돌같이 검고 거친 피부를 지닌 돌문어와 검고 싱싱한 미역초무침 등 투박한 손맛이 돋보이는 반찬들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을 마시면 일품이라는 것. 책에서 다루는 바다의 진객은 문어, 대구, 바닷장어, 민물장어, 전어, 홍어, 과메기, 도루묵, 명태, 꼬막, 굴 등 모두 11종이다. 저자는 삭힌 홍어의 신화를 만든 땅 영산포를 찾기도 했다. 저자에 따르면 바다의 영산 사람들(영산군도)과 영산 사람들(나주 영산포)은 서로 왕래하면서 잡은 홍어를 가지고 왔고 배 위에서 자연스럽게 삭으면서 영산포의 삭힌 홍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영산포의 홍어보리애국에 항상 보리가 들어가는 이유는 보릿고개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시원하고 달고 부드러운 홍어의 간을 ‘애’라고 부른다. 애간장이 녹는다는 말도 그 식감에서 나왔다.

2권 국수 편에서는 잔칫상에 빠지지 않았던 축복의 음식 국수를 다룬다. 구포국수, 막국수, 고기국수, 콩국수, 짜장면, 밀면, 함흥냉면, 평양냉면, 칼국수 이야기가 구수하다. 긴 면발은 장수의 상징이고 면발들의 어우러짐은 궁합의 상징이다. 이북 지역에서는 국수 하면 냉면을 떠올리고, 남쪽에서는 밀가루 국수를 상상했다. 함경북도 내호 지역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던 정한금 할머니가 고향 이름을 내걸고 부산에서 시작한 내호냉면은 후에 밀면의 시조가 됐다. 정 할머니가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을 섞은 밀면을 1959년 내놓자 사람들은 그 맛에 열광했다. 광복 이전 부산에는 일본 우동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국물 문화가 뿌리 깊은 상황에서 함흥식 면 문화가 결합돼 새롭게 탄생한 밀면으로 토박이들을 끌어들였다.

앞으로 나올 3권에서는 돼지고기, 쇠고기 등 육고기를 재료로 하는 음식을, 4권은 비빔밥, 김치 등 한국 음식의 원형을 보여주는 음식을, 5권은 산자수명한 강산이 빚어내는 술과 음료의 세계를 다룰 예정이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