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책 여백에 깨알같은 메모… 그 메모를 책으로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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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익의 책읽기 방식이 독특하다. 감명 깊은 대목에 대해 곧바로 체크하고 여백에 메모를 한다. 이런 사람을 마지널리안이라고 한다. 김병익도 마지널리아 독서를 통해 최근 도스토옙스키 전집과 카뮈 전집 등을 독파했다.

마지널리아 즉, 여백에 쓴 글은 단순한 낙서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는 “서양사에 마지널리아의 전통이 있다. 스피노자, 데카르트 등도 모두 여기에 속하는데, 이미 구텐베르크 인쇄술 이후 책이 보급되면서 여백에 메모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 전통이 죽 있어 왔기 때문에 이를 통해 또 하나의 서양지성사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여백의 메모’를 엮어 올봄에 책으로 낼 예정이다. 이 책은 독특한 스타일의 ‘김병익 지성사’가 될 것이다. “읽는 중에 감동적이었다거나 문장이 좋다거나 옛날 일을 회상시키는 대목, 현장이나 사건을 연상시키는 글 등을 볼 때 메모하는데, 그때그때의 느낌이나 정보가 기록되는 셈이죠.”

그는 요즘 단순한 책에 더 끌린다고 했다. 또한 젊었을 때의 독서와 노년의 독서의 차이에 대해 “젊었을 때 더 진지하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의 독서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 늙으면 으레 있는 것, ‘누구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읽어서 옛날에 받았던 감명을 찾기가 힘들어집니다. 까뮈의 ‘반항적 인간’을 다시 읽었습니다. 20대엔 충격적이었어요. 나도 자칭 실존주의자였으니까, 어떤 대목들은 감동과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지금은 덤덤해요. ‘옛날에 내가 그랬었나. 그때는 순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가 천착해온 지식인 문제와 관련, 현실문제에 대한 지식인의 비판과 그 효과에 대해 물어봤다.

“1990년대 한일문화교류 협정을 할 때 문화계가 다 반대했지요. 그런데 한류가 일본에서 먼저 일어났지요. 반면에 일본 영화 등은 한국에서 인기가 없어요. 또한 고속도로 건설도 1960년대 말에 언론 등이 맹렬하게 반대했어요. ‘용도가 있겠나. 미국에서 고속도로는 자동차와 타이어 회사에서 만들지 정부에서 투자해 만들지 않고 1㎞에 1억 원을 들여 만드는 것은 회의적’이라고 했죠. 하지만 고속도로 건설의 결과로, 자동차산업, 물류 유통산업이 대단위로 확대됐죠. 우리 지식인들이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불안해하고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보다 실제 세계는 훨씬 더 탄력있고 풍요롭게 움직여 가는 것 같아요. 지식인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고속도로도 한일문화교류도 지식인들이 비판을 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