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자 책읽기>XX녀·XX남 근원은 마녀사냥 이데올로기

마녀 프레임 / 이택광 지음 / 자음과 모음

책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성서에 등장한 마녀의 기원을 추적하고 중세와 근대에 이르러 마녀사냥이 급속하게 확산된 원인을 사회구조적으로 살펴보는 데서 시작한다. 인쇄술의 발달과 돌림병의 등장, 봉건 계급 사회로 바라본 ‘마녀 이야기’는 재미있는 통사 같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구조와 모양만 변한 상태의 이데올로기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마녀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논리적으로 만들어지는 발명품이고 마녀사냥은 시대적 공모다. 책의 제목 ‘마녀 프레임’은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인물을 마녀로 만드는 우리의 행위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다. 과거에는 종교의 절대성을 증명하고 설명되지 않는 과학을 이름짓기 위한 존재로서 마녀가 득세했다면 오늘날에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녀’ ‘××남’으로 등장해 집단의 윤리성을 증명하는 매개로 변모됐다.

그 배경에 자본, 민족, 국가라는 삼위일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데올로기의 절대성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숭고한 대상을 필요로 하는 이데올로기의 속성상 욕망의 한계는 반드시 은폐돼야 할 대상이다. 이때 마녀라는 예외적 존재의 희생양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이데올로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