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덴젤 워싱턴 “세트장 뒤집혀 매달린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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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 워싱턴(59)은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연기파 배우다. 지적이고, 냉철한 이미지를 풍기는 연기자. 오는 28일 개봉 예정인 영화 ‘플라이트’에선 비행기 조종사를 연기한다. ‘플라이트’는 할리우드의 명장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비행기 조종사 휘태커를 맡아 열연을 펼친 워싱턴과 최근 이 영화의 국내홍보를 맡고 있는 흥미진진을 통해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워싱턴은 저메키스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명장과 명배우의 만남. 물론 워싱턴에겐 좋은 경험이었다.

“저메키스 감독은 이 작품에 적격인 연출자예요. 그가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했죠. 저메키스 감독은 거대한 규모, 그리고 친숙함을 통해 스토리를 들려주는 재능을 지니고 있는 분이에요. 그리고 배우들을 배려하고 좋은 연기가 나오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알고 계신 분이죠.”

휘태커는 추락 위기에 빠진 100여명의 탑승객이 탄 비행기를 구한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휘태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그 어떤 조종사도 같은 위기에 빠진 비행기를 구해내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휘태커는 알콜 중독자이며 술에 취한 채 비행기를 조종했다. 비행기를 구했으면서도 알콜 중독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휘태커는 추락 위기의 비행기를 구해냈지만 부상을 당합니다. 그러나 목 보호대를 하지 않고 지팡이도 짚지 않아요. 그런데 다음 장면에선 목 보호대를 두르고 걷죠. 휘태커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목 보호대를 두르는데 아프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 겁니다. 휘태커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자신을 구제하려고 하는 인물이에요. 복잡하고 미묘한 캐릭터여서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어요.”

추락 위기에 빠진 비행기 장면은 실제라는 착각이 들 만큼 정교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그려졌다. 비행기가 거꾸로 비행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위 아래가 뒤집어진 비행기 세트장을 만들었어요. 저메키스 감독은 카메라를 뒤집거나 하는 식으로 촬영하고 싶어하지 않았죠. 진짜로 비행기가 뒤집어진 세트장을 만들어서 리얼하게 촬영했어요. 그리고 모든 배우들은 거꾸로 매달려서 촬영했죠.”

워싱턴은 휘태커를 연기하기 위해 정식으로 파일럿 훈련을 받았다. 그의 연기가 생명력을 얻는 이유다.

“모형 조종 장치였지만 실제로 파일럿들이 훈련하는 곳이기에 항공기 비행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물론 재미도 있었죠. 배우라는 직업이 이래서 좋아요. 기차운전을 배우고, 이제는 비행기까지 조종하게 됐으니까요.”

워싱턴은 ‘플라이트’의 휘태커로 24일(현지시간·한국시간으론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됐지만 아쉽게 수상하지 못했다. 이 작품의 각본을 담당한 존 가틴스 역시 각본상 후보였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플라이트’와 가틴스, 저메키스 감독은 배우 워싱턴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가틴스와 저메키스 감독은 휘태커라는 인물을 철저하게 꿰뚫어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훌륭한 분들과 한 방에 모여 훌륭한 시나리오를 훑어보는 기회를 얻었죠. 가틴스, 저메키스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