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原電사고는 정부의 과실치사

  • 문화일보
  • 입력 2013-03-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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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 / 사사키 다카시 지음, 형진의 옮김, 서경식 해설 / 돌베개

“우리에게 ‘나라’는 현 정부도 지금의 행정당국도 아니다. 우리에게 참된 ‘나라’는 선조들의 영혼이 숨쉬는 이 아름다운 대지(일부러 국토라고 하지 않는다)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일본 ‘국가’는 이 아름다운 해안선을 ‘원전 긴자(銀座·도쿄의 상징적인 번화가)’로 만들었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당시 정부의 피난 지시를 거부하고 치매에 걸린 아내와 함께 미나미소마(南相馬)시 하라마치(原町)구의 자택에서 농성을 벌였던 저자는 “지진·쓰나미는 자연재해지만, 원전사고는 명백하게 어떤 변명도 공허하게 들리는 인재, 국가 에너지정책이 빚어낸 틀림없는 인재”라고 역설한다.

책은 세이센(淸泉)여대·도쿄준신(純心)여대 등지에서 스페인 사상사 교수를 지내다 은퇴하고 귀향한 저자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 몸소 겪은 일을 매일 기록한 것이다. 저자가 10여 년 전 개설한 ‘모노디아로고스’란 이름의 블로그에 연재해온 글 가운데 원전사고와 관련된 내용만을 추려 단행본으로 묶었다. ‘모노디아로고스’는 스페인 사상가 미겔 데 우나무노가 만든 말로 ‘독백’을 뜻한다. 하루 평균 150건 정도 접속이 있던 평범한 개인 블로그였던 ‘모노디아로고스’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하루 5000건 가까이 접속이 늘어났다.

단순한 재난수기에 그치지 않고 국가적 대재앙에 맞선 한 개인의 깊은 고뇌와 사색이 담겨 있는 책은 국가와 개인, 인간의 자유와 존엄, 인간답고 안전한 삶에 대해 돌아보게 해준다. 2011년 3월부터 7월까지의 상황이 중심인데, 한국판에는 2011년 7월 14일 이후 2012년 12월까지의 상황이 추가돼 대지진 이후 재생을 위한 노력도 엿볼 수 있다.

특히 NHK의 의뢰를 받아 저자를 인터뷰했던 서경식 도쿄게이자이(經濟)대 교수의 해설과 사진가 정주하의 재난 현장을 담은 사진들이 곁들여져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직후 일본 정부는 원전을 중심으로 20㎞ 권역, 30㎞ 권역을 설정하고, 옥내대피지역과 자발적 피난지역 등을 지정했다. 저자가 속한 미나미소마시 하라마치구는 원전에서 25㎞ 떨어진 곳으로 처음에는 옥내대피지역이었지만, 지역 주민 3만 명 중 80%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자발적 피난생활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노인 40∼50명이 이리저리 내돌려지다 사망했는데, 저자는 “명백한 과실치사에 해당하는 범죄가 아니냐”고 비판한다.

다행히 집이 파손되지 않았지만 주변이 무인지대로 변한 상황에서 저자가 피난보다 옥내대피를 선택한 것은 치매에 걸린 아내 때문이었다. 저자는 “장애를 가진 아내가 있어 오히려 ‘영혼의 중심’을 낮게 유지하고 이상한 용기와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힌다. 또 역사적으로 중앙의 수탈 대상이었던 저자의 고향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일어난 원전사고를 보면서 과거 일제의 침탈을 받았던 조선과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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